사람이 모여사는 사회에는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나 어떤 형태이건
개인간의 분쟁이 있기 마련이다. 거기에는 분쟁의 옳고 그름을 가름하여
판단을 내려주는 권한을 가진 제삼자가 개입하게 된다.

씨족이나 부족, 국가의 공권력으로부터 재단권을 위임받은 재판관이다.
재판관에 이한 분쟁의 해결이나 조정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힘의
논리만이 유일한 생존수단이 될 것이라는 점도 불을보듯 뻔하다.

재판관에게 재판에 있어서의 공정성이나, 영국의 속담에도 "재판관은
똑같은 귀를 둘 가져야 한다"거나 "법관의 옷을 입으면 사사로운 정을
잊으라"는 말이 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법의 "정의와 사건의 진실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의 이성적인 판결을 내려야 함을 일깨워주는
경구들이다.

재판의 공정성을 지나치게 추구한 나머지 기행을 벌였던 어느 미국
판사의 일화는 웃음을 먹음게 하면서도 재판관의 태도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를 시사해 준다.

미주리주의 제임스 허킨스 페크는 1823년에 세인트루이스의 지방재판소
판사로 임명되어 14년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재직기간중 언제나 법정에 들어가기 전에 흰 헝겁으로 눈을 가린뒤
부축하는 사람의 이끌림을 받아 재판장석에 나타났다. 그것은 자기앞에
나오는 소송 당사자들의 얼굴을 보지 않고 공평하게 재판을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과거의 재판사를 되돌아 보면 이처럼 공정성을 지키려는 재판관들의
갖가지 노력이 적지 않게 있어 왔지만 오판을 완전히 불식한다는 것은
기대할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재판관 역시 신이 아니고 감성을 지닌, 제한적인 지식을 지닌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거나 사형을 당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때마침 일본에서는 법률가의 방대한 지식과 법조문 판례등을 컴퓨터에
입력하여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적 판단을 얻어내는 "법률전문시스템"을
연구개발중이라고 한다.

재판실무와 법률교육에 활용될 "컴퓨터재판관"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전인격적인 판단을 내리는 재판관을 기계가 대신할수
없다는 반론이 있기도 하지만 재판관의 과도한 업무를 덜어주고 졸속한
판결을 지양하게 해주는 "보조재판관"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그것은 구태의연한 재판체제가 오랜 구각을 탈피할수 있는 혁신의
촉진제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인간의 소외가 새로운 부작용을 가져다
주지는 않을지 걱정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