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합방을 전후해 한반도에 건너온 일본인 호리꾼들은 우리의 고분이란
고분은 모조리 파헤치고 다니면서 무장품들을 도굴해 갔다. 그리고
호사가들은 서화 도자기등 고미술품들을 헐값에 사들여 일본으로 빼
돌렸다.

해방된뒤에도 우리의 문화재에 대한 관심은 전무한 상태여서 미군정
고문관들에게 고려청자 조선백자를 노물로 선뜻 내줄 정도였다.

60년대말까지만해도 고찬의 문화재급 불화 탱화는 그절의 사미승에게
드랜지스터 라디오한대만 주면 면도칼로 오려다 주는 판이었다. 해외에서
전시한다고 가지고 나간 민화들이 되돌아 오지않고 현지에서 사라진 경우도
적지않았다.

70년대에 들어 문화재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지자 "가짜문화재"들이 속출
하기 시작했다. 이순신장군의 "혈죽도"가 등장했는가 하면 사도세자가
갇혀 죽었다는 뒤주가 튀어나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현대조각가가 만든 우산꽂이가 "고려시대의 측우기"로 둔갑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다.

이런 일들은 과열된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불러 일으킨 역작용이었다.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 세계각국으로 밀반출됐던 문화재가 속속 되돌아
오고 있다니 퍽 다행스러운일이다.

일본에서 귀환하는 문화재가 많다는 것은 특히 반가운 일로 여겨진다.

골동상가 인사동의 상인 친목단체인 인우회가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첩
하나를 일본에서 사들여 왔다고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문화재전문위원인 성신여대의 허영환교수가 "그림의 주제.구도.묘법등이
모두 혜원 특유의 회화세계임을 확인했고 윤송소장의 풍속화첩보다 이른
시기에 그려진 것으로 믿는다"는 감정결과까지 발표했으니 진품으로 믿어야
겠으나 일부 미술사가들과 인사동 고미술상들은 이 화첨이 "가짜"일 가능성
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어 진위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인후회회원들의 우리문화재에 대한 열정은 높이 살만 하지만 "그처럼 좋은
문화재가 아직 미공개작일 가능성이 희박하고 일본에는 우리문화재를 가짜로
만들어 파는 조직이 있어 일본의 새자료라는 것은 이제 더이상 믿을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내달3일부터 열릴 전시회에서 진위가 분명하게 밝혀질 것이지만 일본에서
사들여 왔다면 무조건 "진짜"라고 믿는 애호가들의 생각도 고쳐졌으면
한다.

물론 그럴리야 없겠지만 시원찮은 국내 유물이 일본에서 귀환한 귀중한
문화재로 둔갑하는 "문화재세탁"의 가능성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