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애플 컴팩등 세계 굴지의 컴퓨터메이커 책임자들과 요즘 반도체수출
상담을 하고 있노라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이들에게 반도체를 팔러 갔을때
면담은 고사하고 문전박대당하던 시절이 불과 5~6년전이지요"

최재창 금성일렉트론국제마케팅담당이사는 1메가D램 생산초창기에 해외
수요업체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던 시절을 생각할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반도체를 팔기위해서 기업을 찾아가면 현관에서 맴돌다 돌아오기 일쑤였다.
힘겹게 담당자를 만나도 제품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한국이 정말 반도체를
만들수 있느냐고 놀림을 당하는 일도 많았다.

기껏 던지는 질문이 장비는 어느회사 것을 쓰느냐, 기술은 어디서 도입
했느냐와 같은 모욕적인 것들 뿐이었다.

최이사는 "지금은 그들이 찾아와 좀더 많은 제품을 공급해 달라고 정중히
부탁하는 상황으로 변했다"며 "그때와 지금은 천당과 지옥의 차이쯤 되는
것같다"고 말한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지난 65년 미국 코미사가 우리나라에 합작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그후 아남산업 금성전자(금성사 자회사) 한국도시바
(한국전자 전신)등이 이분야에 진출하면서 활성화됐다.

한국반도체산업이 세계에 알려진 것은 이보다 훨씬 후인 지난 86년부터다.
256KD램을 생산하면서 한국 반도체산업은 세계시장에 명함을 내밀기 시작
했다.

선진국보다 2년정도 늦게 출발했으나 1메가D램에서는 1년으로 차이를
줄였다. 이때까지는 선진국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4메가D램에서 선진국
과 기술격차를 6개월로 줄이면서 세계적 반도체산업국으로 부상했다.

"4메가D램 생산공장을 짓던 83년 겨울에는 횃불로 언땅을 녹여가며 땅을
파들어 갔지요. 공사가 늦으면 투자자금도 회수못할 형편이었거든요"

삼성전자의 조성림이사는 처음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때 양산시기를
놓칠까봐 애태우던 일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금성일렉트론 현대전자등 국내 반도체3사는 이처럼 저돌적인
돌진끝에 세계 D램생산 10위기업내에 올라설 수 있게됐다.

또 아남산업은 반도체조립분야에서 세계 주문량의 거의 절반을 수주할
정도로 세계최고수준을 유지, 명실공히 D램선진국으로 자리잡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