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맞는 공기업매각의 모델케이스로 주목을 끌어온 한국비료의 26일
공매입찰이 경쟁응찰자들의 잇단 불참으로 유찬되었다. 동부그룹이 먼저
불찰선언했고 동신주택의 막판참여로 입찰이 성사될 것으로 보였으나
삼성그룹 역시 불찰하고 만것이다.

"동신주택이 삼성의 들러리"라는 동부측 주장이 아니라도 그동안 경쟁을
벌여온 동부가 빠진 상태에서 삼성의 응찰이 공정경쟁의 모양새에 어긋나는
인상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매력으로 인한 과격한 경쟁이 빚어낸
유찬인데도 이같은 불미한 작태를 수반할 동일한 매각방식을 계속 적용할
것인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비의 1차 유찬을 계기로 공기업
민영화방식에 대한 재검토론이 제기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경우일수록 정부는 공기업민영화를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대해 우왕좌왕하지 않는 확고한 방침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민영화대상의 공기업이 유망업종일수록그 공매가 치열한 경쟁을 야기함은
불가피하고 당연한데 과열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적 행태가 나타났다고 해서
공매에 의한 민영화계획자체를 백지화할수는 없는것이 아닌가.

이런경우 공매입찰은 자금력이 강한 대기업그룹의 공기업인수를 조장
시킴으로써 경제적 폐해가 큰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촉진시킨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러한 시각에 설경우 공기업민영화방식은 30대기업을 제외해야 한다는
결론까지 나올판인데 그것은 인수실력있는 기업에 의한 민영화나 효율적인
책임경영을 할수 있는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 문제점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게 은행이다.

주주는 민간으로 넘어왔지만 주인없는 상태에서 책임경영이 안된 비효율
경영이 계속돼 왔다. 대기업의 주주권행사를 배제한, 주인없는 무책임경영은
싱가폴 대만등 경쟁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칠레 남아공 같은 후발 국가들의
은행보다도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금융산업의 낙후를 가져온 최대의 원인인
것이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공기업민영화에 확고한 룰과 방식을 정부가 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한비의 1차유찰은 그런 필요성을 더욱 선명히 제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