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행정개혁추진본부내에서 돌고있는 규제완화권고목록이란
것을 둘러싸고 정부각부처간에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규제완화목록이란 말그대로 정부가 취하고 있는 규제중 풀어야 할 내용을
담은 것이다.

그런데 이목록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정부각부처가 협의해 마련한 것이
아니고 통산성이 혼자서 만든 것이라는데서 비롯된다.

통산성은 이목록에서 총16항목에 걸쳐 규제의 문제점과 완화해야할 내용
규제의 효과등을 체계적으로 해설했지만 정작 자신의 부처에서 풀어야 할
규제는 한가지도 언급치 않은채 여타부처의 규제만을 들먹인 것이다.

여기에 여타부처들이 발끈 성을 내며 반발하고 있다. 자신들의 권한은
보존하고 싶어하면서 남에게 권한을 내주라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것이다.

개혁은 커녕 어떻게든 권한을 놓치지 않으려는 관료들의 추한 모습이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다. 관과 민의 대립을 넘어 관과 관의 대립이란
이해하기 힘든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관리들이 진실로 개혁을 추진할 마음이 없다는 것은 운수성이 절실히
필요하지도 않은 재단을 설립코자 하는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운수성은 최근 신체장애자지원을 위해 1백억엔규모의 새로운 재단법인을
설립해야 한다며 재계에 우선 20억엔의 자금염출을 요청했다.

역등에 장애자용 엘리베이터등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 명분이지만 재계는
이같은 발상은 오로지 아마쿠타리(공무원을 낙하산식으로 민간기업에 배치
하는 것)를 위한 것일 뿐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불황에 시달리는 기업들을 도와주는 조치는 취하지 못할 망정 자신들의
자리를 위해 또다른 출혈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다.

호소카와정권때부터 부르짖어온 규제완화가 소리만 요란했지 실제론 행동에
옮겨지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도 기업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시장개방문제와 관련 민간기업들이 규제완화를 요청한 사항중 긍정적인
대답을 얻은 것은 현재 불과 2개항목에 불과하다.

권한을 쥔 사람에게서 그 권한을 뺐어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관리들은
권한이나 자리에 집착하지 않고 보다 열린 마음을 갖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