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숨돌릴 틈도 없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키로 한것은 한반도사태의 심각성
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국가안전보장회의는 대통령주재하에 총리 부총리 외무 내무 국방 재무
정무1장관등 주요 각료외에도 비상기획위원장 안기부장 합참의장등으로
구성된 헌법기구로서 안보와 관련된 최고의 협의체이다.

이회의는 과거 76년 판문점 도끼만행, 83년 아웅산폭파사건, 88년 서울
올림픽직전, 91년 걸프전때등 국가안보에 절대적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때
이례적으로 소집돼 왔다.

현재 수시로 열리는 안보장관회의 고위전략회의 통일안보조정회의등과는
격이 다른 회의인 것이다. 때문에 김대통령이 해외순방도중 새정부들어
처음으로 회의소집을 지시했다는 것은 북한핵문제로 조성된 위기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준다고 하겠다.

정부는 그동안 국제사회의 대북한 제재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전군의 경계를
강화하고 비상근무를 해오는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면서도 위기를 강조할때
그것이 미칠 부작용을 우려해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해온
인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현충일 연휴 행락인파에서 보듯 우리 사회의 대북
경각심은 희박해졌고 우리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안보불감증이
확산돼 버린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막연한 낙관론에 젖어 있던 사회 각 분야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나마 깨닫는 듯한 조짐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증시에서는 요며칠사이 매물이 급증하면서 주가가 연일 내림세를 타고
있다. 또 북한과 간접교역을 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북제재가 초읽기에
들어서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북한과의 교역이라고 해봐야 원료 광산물을 빼면 고작 연간 800만달러정도
의 임가공사업이 대부분이어서 중단된다 해도 경제적 손실은 별로 크지
않을 것이지만 우리기업에 대한 국제신용도저하등의 악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특히 강조되는 것은 점증하고 있는 심리적 불안이
경제적 불안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일이라고 하겠다.

물론 대북경제제재조치가 발동되면 국내기업의 해외금융조달과 외국
거래선과의 관계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업등 경제주체들이 그동안 배양해둔 위기극복능력을 십분 발휘
한다면 어려운 고비를 슬기롭게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정치 군사적 국제공조 못지 않게 기업과 국민의 이해를 바탕으로한
경제적 국제공조체제를 구축하는 일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