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번치현의 칙서가 공포됨과 동시에 전국을 삼부 칠십이현(칠이현)으로
개편하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삼부는 도쿄 교토 오사카였다.

그밖의 수많은 번들은 칠십이 개의 현으로 나뉘었는데 옛 번주였던 지사는
모조리 면직이 되어 거처도 도쿄로 옮겨야 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그리고
중앙정부가 새로운 지사를 임명하였다.

봉건제도의 뿌리를 뽑고,근대국가의 행정체제를 수립한 대개혁이었다.
그것을 "대어변혁"이라고 일컬었다. 천황의 이름으로 단행한 큰 변혁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천황이 거사를 한 셈이었다.

대어변혁이단행된 이튿날 태정관의 회의실에 정부가 고관들에 모두
모여서 사후대책을 논의하게 되었다.

고관들 가운데 대다수는 폐번치현이 마치 무슨 거사를 하듯 극비리에 추진
되어 전격적으로 단행됐기 때문에 사전에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런 불만도 있고 해서 앞으로 만약 여러 번들이 반항할 경우 어떻게
하느냐고, 논의는 처음부터 목소리가 높았다.

심지어 폐번치현의 단행이 정권의 위기를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그것을
추진한 측을 정면으로 비난하고 나서는 사람도 있었다.

장내가 시끄러울 지경으로 고성이 오고가는 가운데 팔짱을 끼고 묵묵히
듣고만 있던 사이고가,

"내가 한마디 하겠소. 조용히들 해봐요"

하면서 기대한 몸집을 벌떡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섰다.

장내는 조용해졌다. 사이고는 부리부리한 두 눈을 굴렁거리면서 좌중을
위압하듯 한바탕 휘둘러 보았다. 그리고 아랫배에 불끈 힘을 주며 내뱉었다.

"이미 칙서가 공포되었소. 이런 마당에 폐번치현을 가타부타 하는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도. 그것은 천황폐하에 대한 불충이오. 그리고 만약 칙서가
내려진 마당에 그것을 거부하고 반항하려는 번이 있다면 이 사이고가 여지
없이 쳐부술 작정이오"

주먹 한 개를 불끈 쥐고 냅다 내리치는 시늉을 해보이고 나서,

"그러니 여러분들은 염려마시고, 그 논의는 그만두기로 합시다. 시간
낭비일 뿐이오"

하고 무거운 저음으로 끝을 맺었다.

사이고의 말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려 드는 사람이 없었다.

폐번치현의 대개혁을 단행한 다음 유신정부는 병부성에 육군부, 해군부를
신설했고, 도쿄, 오사카, 규슈, 그리고 동북지방에 진대라는 군사령부를
설치하였다. 번들의 반항에 대비하는 조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