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전체 디자인이나 윤곽을 잡는 기본설계는 건축사들이 하고
실제공사에 필요한 시공설계는 건설회사가 담당해야 합니다"

김석철 건미준(건축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의장은 건축설계분야에도
철저한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부실공사를 막기위해 추진되고 있는 감리제도 강화나 건설시장개방에
대비한 경쟁력강화 방안은 상호보완적인 역할분담이 전제되지 않고는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김의장은 또 건축사와 건설업체간 논쟁거리인 건축사법 23조(건축사무소
만이 설계가능) 개정은 건설업체들이 강조하고 있는 경쟁력강화에 오히려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일반 건설업체들이 설계권까지 가지게 될 경우 현재의 설계사무소는
건설사에 예속돼 역할분담을 통한 전문화라는 경쟁력강화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견해다.

김의장은 이같은 설계에서의 역할분담을 위해 "설계의 표준화작업이 시급
하다"고 밝혔다.

기본설계 시공설계 등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구분해 이를 코드화하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정부가 인허가작업을 한다면 비용절감 역할분담은
물론 부실시공의 책임소재문제도 분명해진다는게 김의장의 주장이다.

최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21세기 세계도시선언대회"에 아시아권에서
초청된 3명의 건축가중의 한사람으로 참석하고 돌아온 김의장을 만나 국내
건축설계업계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국내건축설계의 수준은.

<>기술적인 면에서는 상당한 수준까지 이미 올라와 있다. 그러나 한국적인
미를 살리고 오래 보존될만한 문화적인 설계수준은 아직 미흡하다.

-그렇다면 국내의 초고층빌딩 설계의 대부분이 왜 외국설계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가.

<>국내 승용차를 놔두고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다. 건축주들
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설계와 관련된 국내의 제도적인 문제점은.

<>우선 설계의 역할분담이 필수적이다. 현장을 잘모르는 설계사들이 시공
설계까지 하는데는 한계가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국내 설계계의 전반적인 문제점은.

<>전체적으로는 설계수준 향상을 위한 공동노력보다는 밥그릇싸움에 신경을
더 쓰는 편이다. 설계와 관련해 건축사협회 건축가협회 건축학회 등이
있으나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교육공무원으로 묶여있는 교수들도
설계를 할수있게 해야 한다.

-최근 부실공사와 관련, 감리분야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한 설계에 따라 시공되고 있는 공사를 감리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감리 체크리스트도 분야별로 표준화해 책임영역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국내 건축사사무소의 경쟁력제고 방안은.

<>나름대로의 설계 특성을 가져야 한다. 이는 설계의 전문화와 관련되는데
작품성이 뛰어나든지 기술적인 면에 강점을 갖든지 해야 한다.

<김철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