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조세연구원이 제시한 "세제개혁 방안"은 해마다 치러온 연례행사의
차원을 넘어선 내용이다.

소득세 법인세 양도소득세 특별소비세등 모든 세목의 세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세율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을 시도하고 있는가 하면 96년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제의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소수에 강하게" 매기도록 돼있던 세율구조를 "넓고 얇은" 체제로 뜯어
고쳤다고 할 수 있다. 금융실명제 실시이후 세원이 상당히 투명해 진
상황을 세제에 본격적으로 반영시켰다는 것이다.

다만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각종 세율을 내리자고 하면서 세수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분석이 미흡해 현실적으로 얼마나 수용될런지는
의문이 남는다.

이번 개편방안에서 일관되게 취하고 있는 골자는 최고세율 인하. 그동안
대부분의 세율이 너무 높아 오히려 탈세나 납세회피를 조장하는 부작용이
있어온 게 사실이었다. 다만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계층이 부유층이라는
점에서 세율을 조정하지 못해 왔을 뿐이다.

하지만 금융실명제가 시행되고 징세행정이 선진화 돼 세원포착이 용이
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현실화"의 차원에서도 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할 때가됐다는 게 조세연구원의 설명이다.

소득세는 5%, 법인세는 4년간 7%, 특별소비세는 최고 35%, 양도소득세는
10~20%포인트 씩 최고세율을 인하하라고 요구한 게 그 대목이다.

세율을 낮추면서 지나치게 복잡하게돼있는 체계도 단순명료하게 바꾸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두가지로 돼 있는 법인세율은 98년부터 단일세율화 하고
품목별로 제각각인 특소세율도 3개 분류로 묶었다.

상속세와 증여세도 통합을시도했고 소득세의 누진단계도 축소토록 했다.
이와함께 이해집단의 목청이 높아질 때마다 늘려온 각종 조세감면도
옥석을 가려정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업회계와 세무회계간의 차이도
없애도록 했고 신고납부제의 확대도 건의했다.

문제는 세수.세율이 낮아지면 결과적으로 세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물론 조세연구원은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제가 시행되고 각종 감면이 줄어들게돼 재정확보에
차질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단기적으로는 세수가 약간 감소하는
영향이 나타나겠지만 세율이 낮아지면서 세원이 넓어져 오히려 중장기
적으로는 세수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결국 세율인하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세금부담이 줄어든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가 된다. 세수에 차질이 우려될 때마다 징세행정이 강화된
경험이있어서 이다.

더군다나 정부는 작년에 19.1%인 조세부담율을 오는 97년엔 22~23%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기도 하다. 제도는 개선되고 행정은 악화되는
일이 없도록 징세행정의 선진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말이다.

<정만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