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에서 추진해온 대기업정책이 어떤효과를 나타내고 있는가. 대기업
그룹의 경제력집중현상과 기업확장은 심화되고 있는가.

기업의 소유구조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업종전문화정책은 어떻게
진전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사실상 한국경제전반에 관한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같은 질문에 대한 부분적인 답변은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발표한
"94년 대규모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분석"에서 찾아볼수 있다.

이에 따르면 30대그룹의 타회사출자비율과 소유집중을 나타내는 내부
지분율은 낮아져 과거보다 호전되고 있으나 업종전문화 노력은 미흡하고
재무구조 역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기업그룹에 관련된 여러 문제를 1~2년의 지표비교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표의 호전이나 악화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지표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고, 풀어야할 과제에 어떻게 대처
하느냐 하는 점이다. 왜냐하면 기업정책을 포함한 모든 경제정책은 단기적
으로 대응할 것이 있는가 하면 장기적으로 다뤄야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30대그룹의 타회사출자비율은 지난 4월1일현재 평균 26.8%로 1년전의
28.0%에 비해 지표상 감소되었다. 그러나 출자비율이 감소된 것은 출자자체
가 감소된데에 기인된 것이 아니다.

출자총액은 18.7% 늘어났으나 비율계산에서 분모가 되는 순자산액이
23.9%나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감소추세는 87년
(44.8%)이래 계속된 것으로서 바람직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동일인(1대주주) 특수관계인(친인척) 계열회사가 소유한 주식의 비율, 즉
소유집중을 나타내는 내부지분율은 지난 4월1일현재 42.7%로 91년의 46.9%,
지난해의 43.4%보다 감소하고 있어 소유집중이 약간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위권그룹의 내부지분율은 평균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어 소유
분산시책의 지속적인 추진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업종전문화시책을 펴왔다. 업종전문화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1일현재 30대기업그룹의 계열기업수는
616개로 1년전에 비해 12개 늘어났으며 특히 지난 4월1일이후 6월14일까지
10개의 계열사가 새로 생겨났다.

그동안 계열사가 아닌것처럼 위장되었던 회사를 계열편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지난해보다 계열회사수는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대기업
그룹의 업종다각화 사업다각화현상이 결코 약화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30대그룹의 영위업종은 그룹당 92년에 평균 18.3개에서 93년에는 19.1개로
늘어난 것이 이를 설명해 주고 있다.

기업의 재무구조는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그룹의 자기자본
비율은 93년말 현재 20.1%로 92년말의 19.0%에 비해 다소 개선되기는 했으나
대기업 평균(92년) 24.8%보다 크게 낮다.

30대그룹의 총매출액을 국민총생산(GNP)에 대비해보면 92년 78.9%에서
93년에 80.4%로 높아졌다. 부가가치개념인 GNP와 기업의 매출액은 서로
비교할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대기업그룹의 경제력이 어느정도인가를
가늠하는 지표로 이용되고 있는데 이것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한번씩 발표하고 있는 대기업그룹관계지표를 보면
우선 크게 실망할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크게 낙관할만한 근거를 갖기도
어렵다.

기업의 주식소유현황이 1년사이에 크게 달라질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1년단위의 지표비교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기업 특히 대기업이 국제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방향
으로 움직이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비록 만족할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희망을 가질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종전문화 소유분산 경제력집중완화 재무구조개선등의 정책목표가
단순히 구호로 반복되고 실제로는 그와 역행되는 결과가 나타난다면 이를
시정하는 노력을 지속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시정노력은 기업에서 솔선해야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정부의
정책방향이 분명하게 세워져서 기업의 경영활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할수 있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민영화와 엄청난 자본이 투입될 사회
간접자본투자에 대기업그룹이 참여할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경제력집중을 심화시킬수 밖에 없게 된다. 대기업그룹을
배제하는 공기업민영화와 사회간접자본투자가 과연 가능할수 있는가.

사실 기업의 규모가 크고 작은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제화시대
의 경쟁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기업과 경쟁하게 되어 있다.

강한 기업과 경쟁해서 이기려면 기업의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각기업이
업종전문화를 통해 최고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할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일이다.

이런 점을 소홀히 하면서 단순히 규모의 크기를 기준으로 문제에 접근하면
대기업의 경제력집중을 비롯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인력 재력 기술력을 비롯한 모든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업종전문화
가 제기되고 경쟁력 강화방안등이 논의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