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결제기간이 다시 길어지고 있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부추기고
있다. 신정부출범이후 단축되던 어음결제기간이 올들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해 요즘엔 90일~1백20일짜리는 물론 1백50~1백80일짜리 어음도
성행하고 있다.

이에따라 물품을 만들어 납품하고도 연말께나 대금회수가 가능,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업체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부천에서 금형을 만드는 D정밀은 최근 대형식품업체에 금형을 납품하고
물품대 5천만원을 만기가 1백80일짜리인 어음으로 받았다.

금형을 만드는 원부자재는 대부분 현금으로 구입했으나 판매대금은
찬바람이 나는 연말께나 가서야 회수할수 있어 그동안의 자금난을
어떻게 견딜지 걱정이다. 이같은 장기어음은 은행에서 할인을 받을수
없어서이다.

서울 구로동의 의류업체인 W어패럴은 스포츠용품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
생산(OEM)방식으로 의류를 5천3백10만원어치 납품하고 역시 1백80일짜리
어음을 받았다.

의류경기가 침체돼 그것마저도 감지덕지하며 받았지만 사채시장을 찾아
다녀야 할 판이다. 부천의 도금업체인 Y사는 시계업체에 2천만원어치의
도금임가공을 한뒤 1백50일짜리 어음을 수취했다.

일부업체는 물건을 납품한뒤 검품 성능테스트등을 이유로 2개월정도
있다가 장기어음을 받아 실제 결제기간이 8개월이나 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들 중소업체들은 11월이나 12월에 가서야 대금을 받게돼 심한 자금난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결제기간이 1백20일이 넘는 어음은 은행에서도 할인해주지 않아
사채시장에서 고리의 이자를 떼고 할인을 받아야 할 판이다. 그나마
사채시장에서도 모든 어음을 할인해 주는 것은 아니다. 우량기업이
발행한 어음만이 할인을 할수 있다.

다행히 중소기업공제기금에 가입한 업체는 공제기금을 통해 융통하고
있는 실이다. 이에따라 공제기금 창구엔 장기어음을 들고와 대출을
받으려는 업체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올들어 5월말까지 7천10개사가 찾아 하루평균 약 50개사에 이르며 어음
할인액은 1천5백5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나 늘었다.

기협의 문승용 기금업무부장은 "지난해 신정부출범 직후엔 공정거래위원회
의 칼날이 무서워 각기업들이 하청대금지급을 앞당겼으나 올들어 다시
대금지급을 늦추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천3백8개사를 대상으로 한 기협조사에 따르면 올 1.4분기중 중소기업이
판매대금으로 91일이상짜리 장기어음을 수취한 비율이 67.9%로 1년전의
55%보다 크게 높아졌다.

이런 장기어음은 30대 대규모기업그룹에 속하지 않는 비계열대기업이
많이 발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가 소홀한 이들
대기업들이 장기어음을 발행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또 장기어음을 지급하면서도 법으로 정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자주 있다고 중소업체들은 말한다.

현행 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 법률엔 60일이 넘는 어음을 지급하면
초과일수에 대한 이자를 지급토록 명시돼 있으나 하청중소기업들은
보복이 두려워 고발하지 못하고 벙어리냉가슴을 앓고 있다.

중소업계 관계자는 장기어음은 멀쩡한 납품업체를 흑자도산시키는 등
부작용이 커 이에대한 규제가 시급하다며 공제기금의 재원을 확충, 담보
능력이 부족한 소기업들이 장기어음을 융통해 쓸수 있는 길을 넓혀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