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21일 당정협의를 거쳐 확정한 추경예산안은 향후 10년간
농어촌특별세로 걷힐 15조원에 대한 청사진조차 없이 짜여졌다는 점에서
졸속예산이란 평가를 받을만하다.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으로 개방충격에 휩싸인 농어촌을 살리기 위해
온국민이 낼 "성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원칙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는 뜻에서다.

사실 농어촌특별세 자체가 쌀개방에 대한 농민의 반대를 무마하기위해
급조된 성격이 짙다. 여기에다 추경안마저 원칙없이 짜여지다보니 농촌
관련 부처에 나누어준 날림편성의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

원래 추경이란 재해등이 발생했을때 편성하는게 원칙인데 이번 추경은
갑작스레 생긴 농특세를 쓰기 위해 억지춘향격으로 짜맞춘 것이라는
얘기다.

당초 정부는 농특세를 농수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중점 투입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추경은 경쟁력강화나 생활여건개선
복지증진등에 어떻게 배정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우선
지원하기 쉽고 착수가능한 사업을 위주로 지원대상을 선정했다는게
기획원측의 설명이다.

예컨대 농어촌지역의대학생 학자금 융자에 1백억원을 배정한게 대표적인
사례다. 군단위 이하의 대학생에게는 농민여부를 가리지 않고 지원한다는
계획이고 보면 선심용 예산이란 지적이 나올만도 하다.

그동안 재원이 부족하다며 미뤄놓았던 사업에 나눠먹기식으로 배정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어촌 주택개량을 위해 4백억원을 추가로 지원키로
한 것이나 오지교통시설에 50억원을 배정한 데서도 이를 읽을수 있다.

더군다나 목적세로 농어촌개발 지원에만 쓰여야할 농어촌특별세 재원이
다른재원과 섞여 당초 취지가 흐려질 공산도 없지않다. 정부가 내년부터
특정세목으로만 걷도록 돼있는 양여금에 농특세를 포함시키려고 한데서
이런 움직임을 엿볼수 있다.

또 오는 98년까지 42조원이 투입되는 농어촌 구조개선사업과 농어촌
특별세로 지원할 사업의 구분도 확실치 않다는 점도 이번 추경편성의
헛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 스스로도 내년부터 15조원의 농특세 사업에 대해서는 이번 추경과는
전혀 다른 원칙에서 새로 편성할 것이라고 밝혀 이를 뒷받침 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