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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전장과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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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가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있을 때의 일이다.

    보브리코프라는 러시아인 총독의 압제에 견디다 못한 핀란드인들은
    보브리코프 반대서명운동을 벌였다.

    전국에서 모인 서명록을 러시아황제인 니콜라이2세에게 보냈으나
    기각되고 말았다.

    이 소식이 전해진 시각에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의 대음악당에서는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핀란디아"연주가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음악당에 모인 사람들은 그 소식을 듣고 모두가 의기소침해 졌으나
    "핀란디아"의 힘찬 멜로디가 울려 퍼지면서 기운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뒤 "핀란디아"는 1919년 핀란드가 독립공화국이 되기까지 국민들에게
    독립을 위해 싸울 용기를 북돋아주는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

    2차세계대전중의 레닌그라드(페테르스부르크)전투에서도 음악의
    힘이 전세를 역전시키는데 일조를 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1941년 8월부터 29개월동안이나 독일군에 포위되어 70여만명의 아사자를
    내면서도 이 도시를 필사적으로 지킨 힘이 음악이었다는 것이다.

    대전중 레닌그라드에서 방공감시원으로 종군하던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독일군에 포위되어 꼼짝도 못하고 있는 소련군과
    시민의 절망적인 사기를 북돋우고자 전강연주를 계획했다.

    그러나 영국를 맡을 레닌그라드교향악단의 단원들은 각 전선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연주는 불가능한 상태나 다름 없었다.

    고심하던 쇼스타코비치는 군당국의 협조를 받아 독일군의 포위망을
    뚫고 흩어져 있던 단원들을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쇼스타코비치는 오랜동안의 치열한 공방으로 폐허가 된 레닌그라드의
    광장에 자신이 작곡한 "제5교향곡"(레닌그라드 심포니)의 웅장한
    선율을 울려 퍼지게 함으로써 군과 시민의 사기를 되살려 냈다.

    전세역전의 직접적이고 전적인 동기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오랜 전화로 메마를대로 말라버린 군과 시민의 정서와 영혼에 자신들의
    조국과 도시를 지키겠다는 열정의 불꽃을 지피고 또 군과 민의 마음을
    한덩어리고 묽는 매개체가 되었다.

    2년 넘게 내전에 시달리는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에서도 희생된
    단원들의 자리를 은퇴한 단원들로 메운 사라예보교향악단이 세계적
    지휘자 주빈 메타를 맞아 모차르트의 진혼곡"레퀴엠"을 연주,희생자들을
    추모했다고 한다.

    영혼의 소리가 널리 퍼져 총성이 멎을 날을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6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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