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담 : 김흥수 체육부장

프로골퍼 최상호(39.남서울CC소속.코오롱계약프로). 연덕춘-한장상-김승학
으로 대표되는 남자 프로골퍼의 명맥을 이어가는 한국의 간판골퍼이다.
최프로는 프로생활 18년동안 국내 최다승인 41승을 기록했다. 한해평균
2승이상씩을 거두었다는 의미이다. 2백여명의 남자프로가운데 1승을 못올린
선수가 부지기수임을 볼때 경이적인 승수가 아닐수 없다. 또 국내대회
4라운드 최저타수인 18언더파 2백70타를 두번씩이나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귀재"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퍼팅에 관한한 따를 자가 없고,이를 밑바탕
으로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조니워커클래식에서는 그레그 노먼,프레드
커플스,이안 우즈넘등 세계적 선수들을 제치고 3위에 올라 한국골프의 매운
맛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프로는 올들어 열린 5번의 대회중 3개대회 우승,
1개대회 2위라는 탁월한 성적으로 나이를 뛰어넘어 국내프로골프계를 독주
하다시피 하고있다. 지난19일 끝난 팬텀오픈에서 2위를 무려 5타차로
제치고 일찌감치 시즌3관왕을 달성한 최상호프로를 만나봤다.

-축하합니다. 최프로가 한시즌에 3관왕을 하기는 이번이 8번째이지요.
소감이 어떻습니까.

"기쁠 따름입니다"

-통산 41승이면 다승2위인 한장상프로(25승)와 16승차이 나는 기록이군요.
앞으로 최다승기록행진이 얼마까지 가능하다고 보는지요.

"향후 5년은 현역으로 뛸수 있다고 봅니다. 1년에 1~2승을 거둔다고 보면
10승을 추가할수 있다는 계산이고,그렇게되면 통산 50승정도가 되지않을까
생각합니다"

-하루에 연습은 얼마나 합니까.

"5~6시간 하고 볼은 7백~8백개 칩니다. 라운드는 1주일에 3~4회 합니다.
이는 대회가 있거나 없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주말골퍼들은 어느정도가 적당할까요.

"1주일에 2~3회 연습장에 가야 제실력을 유지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갈때마다 2백개정도의 볼을 치면 적당할 겁니다"

-골프는 언제 시작했습니까.

"중학교1학년때 처음 클럽을 잡았습니다. 마침 60년대말에 집근처인
경기도 원당에 뉴코리아CC가 들어서 골프와 인연을 맺었지요. 채 하나
가지고 티샷 벙커샷 퍼팅을 모두 하면서 골프를 배웠지요. 그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골프에 전념했습니다"

-프로입문은 언제 했습니까.

"22세때인 77년에 프로가 됐습니다. 현재 2백10명의 프로가운데 순서로
따지면 제가 63번째입니다. 프로가 되기 위해 3년반동안 8번 도전끝에
테스트에 통과했습니다"

-7전8기군요. 당시 프로골퍼들은 요즘과 같이 각광을 받지 못했지요.

"그때는 대회수도 1년에 고작 3~4개였고 우승상금도 60만~70만원으로
보잘것 없었습니다. 프로골퍼라는 직업을 아는 사람이 드물 정도였으니
까요"

-데뷔 초창기엔 프로골퍼에 대한 회의도 있었겠군요.

"있었습니다. 막상 프로가 되고보니 수입이나 사회적 위상면에서
기대치와는 거리가 있는데 실망했습니다. 그만둘까도 생각했는데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많이 주신 국제약품 남영우회장께서
저를 많이 고무해주셨습니다. 외국전지훈련에 도움을 준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골프가 유망할 것인만큼 실망하지 말고 정진하라는 당부였습니다.
그때 그 고비를 넘긴것이 오늘의 제가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첫 우승은 언제 했나요.

"프로데뷔 이듬해인 78년 여주오픈이었습니다. 대선배인 한장상 김승학
프로와 마지막조로 플레이했는데 그분들을 제치고 제가 역전승했지요. 그
대회는 제게 골프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준,평생 잊지못할 대회입니다"

-최프로가 다른 선수들과 다른 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저는 연습을 할때 항상 실제대회와 결부시킵니다. ''연습을 곧 실전처럼''
한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다보니 연습을 대충대충 할수가 없고 대회때
처럼 진지하게 하게됩니다. 이것은 제 골프인생에 거의 생활화돼있다시피
합니다"

-세계랭킹 1위인 그레그 노먼은 94US오픈 2라운드를 마치고 "사람이 기계가
아닌이상 매주 골프를 잘칠수는 없다. 그러나 팬들은 항상 좋은 결과만을
원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골프가 안될 때에는 어떻게 극복합니까.

"순위나 스코어 욕심을 버립니다. 안될때 잘하려고 무리하다보면 더
무너지는게 골프이니까요. 안전위주로 경기운영을 한다음 다음기회를
노립니다"

-93년중반까지 쇼트게임에 비해 드라이버샷거리는 상대적으로 짧았었지요.
그런데 그해 9월 신한동해오픈때부터 비거리가 부쩍 늘었습니다. 그 이유는.

"지난해 계약사를 바꾸기까지는 외제채를 써왔습니다. 골퍼들 가운데
외제채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은데 외제채는 한번 구입하면 안맞아도 쉽게
바꿀 수없다는 맹점이 있어요. 코오롱으로 옮기고나서 채 만드는 분들에게
많은 주문을 하고 여러번 시타를 해본끝에 그야말로 제 체형에 맞는 채를
손에 넣었지요. 기성복을 입다가 맞춤복을 입으니까 훨훨 날았다고나
할까요. 여하튼 그 "맞춤채"를 쓰고부터 거리가 20~30야드 늘었습니다"

-최프로의 스윙이미지는 임팩트 순간 온몸을 목표방향으로 쏟아붓는
것입니다. 그것도 장타의 한 요인이라고 보는데 아마추어들도 그 흉내를
낼 수있습니까.

"아마추어들도 그렇게 할수있고 성공하면 거리가 늘어납니다. 그러나
저는 오랫동안 몸에 밴 스윙이므로 유연성이 보장되지만 나이들어 시작한
아마추어들은 무리가 올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 스윙을 전적으로 흉내내기
보다 요령이나 원리등 기본적인 것만 원용한다면 소기의 효과가 있을겁니다"

-프로들은 제각기 비장의 무기를 한 둘쯤 갖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레슨
할때일지라도 그것만큼은 남들에게 가르쳐주지 않는다는데..

"그건 아닙니다. 어느정도 기초적인 것만 가르쳐주고 나머지는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하는게 보통이지요. 왜냐하면 퍼팅이나 벙커샷등은
개개인의 필링이 중요하므로 일일이 말로 표현할수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본을 습득한 아마추어들은 자기만의 감각을 느낄수 있도록 많은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퍼팅을 잘할수 있는지 "퍼팅의 귀재"로서 한말씀 해
주시지요(웃음).

"퍼팅은 라이를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풀의 방향 길이,그린의 경사도
속도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그것을 빨리 파악하는 능력을 필요로 하지요.
보폭으로 거리를 먼저 측정하고 위 방법으로 잔디상태를 간파한 다음
원위치에서 처음 계산한대로 스트로크하면 들어가게 마련입니다. 또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급하게 하려들지 말고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이용
하는 것이 타수를 줄이는 길입니다. 저는 특히 퍼팅도 스윙이고 샷의
일부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퍼팅할 때에도 헤드무게를 최대한
이용하지요"

-최프로의 독주를 보고 "한국골프계에는 최상호밖에 없다"는 극언이
나오기도 합니다. 최프로가 잘해서입니까, 다른 선수가 못해서 입니까.

"말씀드리기 곤란하군요. 전자는 자화자찬이고,후자는 오만하다는 대답일
것같아 어느쪽도 오해를 받을만하군요. 사실 저도 그런말을 들을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곤합니다. 저와 비슷한 기량의 선수가 여럿있으면 좋겠습
니다. 기본기가 잘 닦인 후배들이 많이 있어서 제법 위안이 됩니다만 이번
기회에 후배프로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인도어보다 필드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잔디 그린과 마음으로 통하고 대화를
나눌수 있어야 진정한 프로가 될수 있지요"

-"최프로가 만약 일본이나 미국무대에서 뛴다면 어느정도의 성적을 거둘까"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금이라도 그쪽에 진출할 생각은 없는지요.

"저로서도 아쉬움이 많은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이 나이에 일본
프로테스트에 응시한다는 것도 한국골프의 자존심문제고요. 저는 프로
3년째인 79년부터 해외대회에 참가해왔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최대목표가 아시안투어 종합우승인데 아직 결실을
못봤습니다. 프로테스트를 통한 해외진출보다는 투어1위를 해 메이저나
일본의 유명대회에 초청을 받고 싶습니다"

-최프로는 이른바 스타입니다. 외출할때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지요.

"남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의 고민을 이해할 것 같아요. 요즈음엔
좀 피곤할 정도입니다. 며칠전에 택시를 탔는데 운전사가 힐끗힐끗 보면서
알아보더군요. 텔레비전에서 많이 봤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획득한 상금 보너스등을 합하면 얼마나 됩니까. 또 장래를 위해
어떤 대비를 하시는지요.

"정확하게는 계산안해봤지만 지금까지 번돈이 10억원정도 됩니다. 그
금액에서 세금이나 경비들을 제하면 실제수입은 줄어들겠지요.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는 드라이빙레인지(연습장)를 차려 제가 경험한 모든 것을
후진양성을 위해 쏟겠습니다"

-골프예찬을 해주시지요.

"초원에서 풀냄새 흙냄새를 맡으면서 하는 운동이니 이보다 좋은 스포츠가
있을까요"

-골프외에 취미가 있다면.

"가족들과 함께 가는 여행입니다. 대회가 주로 주말에 열리고,겨울이나
방학동안에는 외국에 가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족들에게 가장노릇을
제대로 못합니다. 그것을 조금이나마 벌충하기 위해 시간이 나면 가족들을
데리고 여행을 갑니다"

-한국골프발전을 위해 한마디 해주시지요.

"정부가 추진중인 골프대중화는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왕
대중화를 추구한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지요. 물론 "골프=사치"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세금을 낮추는 것도 급선무이고요. 근교의 유휴지를
퍼블릭코스로 조성,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있게끔 해야합니다. 돈많은
사람들은 비싼 회원제골프장에서,서민들은 퍼블릭코스에서 능력에 맞게
즐기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되면 수요초과를 보이고 있는 골프인구를
흡수할수 있고,지방자치단체의 수입도 증대시켜 일석이조가 아니겠습니까"

<정리=김경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