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크레디 리요네은행의 장 페이를르바드회장(54)은 "겉만 보고는
사람을 알수 없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사람이다.

그를 처음 본 사람들은 개미 한마리 못죽일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부드러운 외모와 잔잔한 말투는 시골학교의 마음씨좋은 선생같은 느낌을
주곤한다.

그러나 지난 5월말 페이를르바드회장은 겉보기와는 전혀 딴판인 매서운
조치를 취해 프랑스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자기 은행의 큰 고객이자 영향력있는 정치가이고 기업인인 베르나르 타피를
채무불이행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타피의 재산중 5천만달러를 압류처분하도록 사법당국에
요청했다.

이처럼 강력한 행동을 취할수 밖에 없었던 것은 리요네은행의 형편이
너무도 안좋기 때문이다.

일본은행들을 빼고는 세계에서 자산규모가 가장 큰 은행이라는 명성과는
달리 리요네은행은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다.

미국의 양대은행인 시티뱅크와 체이스맨해턴은행의 자산을 합친 것보다
많은 3천5백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이 프랑스국영은행은 지난 2년간
연속적자를 내면서 약20억달러의 누적적자를 안고 있다.

이런 은행을 살리려니 페이를르바드회장이 "비정한 사람"으로 변하는 것도
당연하다.

작년 11월 장 입스 하베르 전임회장의 뒤를 이어 총수자리에 오른 그는
하베르전회장이 망쳐놓은 은행을 살리느라 눈코뜰새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전임회장이 회사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페이를르바드회장은
하베르의 반대방향으로만 나가도 회사를 살릴수 있는 입장이다.

하베르전회장은 담보도 별로 잡아놓지 않고 타피에게 거액을 대출해
주었다.

이외에도 자신의 정치.경제적이익을 위해 정치가나 부실한 업체들에 함부로
돈을 꿔주거나 다른 기업을 마구잡이로 인수하는등 방만한 경영을 일삼았다.

페이를르바드회장이 취임후 터뜨린 첫 일성은 다분히 전임회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은행이 호텔이나 골프장 고급양장점 항공사를 거느리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리 좋게 봐도 이해할수 없다"

그는 이 말에 대한 후속조치로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다른 회사주식중 절반
(60억달러)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그가 역점을 두고 있는 경영전략은 임대료 보험료 난방비같은 간접경비
절감책.

취임후 은행재무상태를 점검하면서 간접경비가 은행수입의 70%나 된다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다.

일반 다른 은행들에 비해 10%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간접경비를 줄이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3천7백50개나 되는 지점중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수 없는 일부지점을 폐쇄하거나 근무인원을 줄이기로 방침을
세웠다.

부실대출을 최대한 줄이려는 것도 주요 경영방침중 하나로 기회있을 때마다
임원과 지점장들에게 대출에 신중을 기하라고 당부한다.

현재 70억달러에 달하는 부실대출은 리요네은행의 최대 골칫거리. 연초에
그는 자신의 임기중에는 더이상의 부실대출이 있을수 없다고 내외에 선언
했다.

각 지점에 부여했던 독자적인 대출결정권한을 크게 축소하고 본사내에
대출위험통제부를 만들었다.

신용상태가 좋지않은 기업들에 대한 대출은 반드시 이부서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그는 회사체제를 미맥도널드햄버거사의 경영스타일로 바꾸는 것이 자신의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한다.

맥도널드처럼 하나의 통일된 제품을 개발, 어느 곳에서나 같은 이름과 같은
형태의 은행상품을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나 파리에서나 은행영업이라는게 다를 것이 없다. 유럽
단일시장에서는 단일통화가 있게 마련이니 은행상품도 통일돼야 한다"

페이를르바드회장은 자신의 이같은 경영방침이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 올해도 이익을 못낼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내년에는 다만 얼마라도 이익을 낼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이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