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르 사무라이들이 찻집으로 들이닥쳤다.

"이놈 어디 갔지?""어디 숨었나?"

"틀림없이 이 집으로 뛰어든 것 같은데."

온통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다시피 샅샅이 뒤지고나서 사무라이들은
뒤뜰로 쏟아져 나갔다.

"옳지, 측간에 숨었구나. 이놈아, 썩 나오지 못할까!"

호령을 하면서 남자용 측간의 문짝을 왈칵 열어젖힌 것은 이스미주로였다.
단칼에 목을 치려고 그의 오른손에는 대검이 번뜩이고 있었다. 잔인하기
이를데 없어서 "사람 잡는 늑대"라는 별명을 가진 자였다.

이번에 자객의 우두머리가 되어 졸개들을 이끌고 시모노세키로 와서 연일
눈에 불을켜고 시가지를 샅샅이 누비다시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남자용 안에 아무도 없자, "이놈이 여자 측간에 들어가 숨은 모양인데.
치사한 놈. 히히히." 재미있다는 듯이 킬킬 웃으며 이스미는 이번에는
여자용 측간의 문짝을 왈칵 열어젖혔다.

"어머나!" 비명에 가까운 여자의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익크!""왜 이래요? 이게 무슨 짓이에요? 점잖은 분이 여자 측간을
들여다보다니." 아가씨가 냅다 악을 쓰듯 내뱉었다.

"아,미안해"

"어서 문을 닫아요"

이스미는 문짝을 쾅 닫아버리며, "그런데 이놈이 어디로 도망갔지?"
뒤뜰의 담장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측간 안의 아가씨를 향해 큰소리로
물었다.

"어떤 놈 하나 이곳으로 뛰어들었는데, 못 봤나?"

"보긴 제가 어떻게 봐요. 여기서 볼일을 보고 있었는데."

"허, 그거 참, 그놈이 어디로 도망쳤을까? 틀림없이 이집으로 뛰어드는
것 같았는데." 투덜거리며 이스미는 졸개들과 함께 도로 집 안쪽으로
해서 사라져 갔다.

그들이 가버린 뒤에도 아가씨는 일어설 생각을 안하고,그대로 측간 안에
앉아 있었다. 숨을 죽이고 치마 속 그녀의 엉덩이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이토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이제 모두 사라진 것 같은데."

"그래도 아직 안심이 안되니까, 잠시 더 이대로 있자구요"

"아이구 구린내야, 이제 구린내가 나는군"

"호호호.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구린내도 안났던 모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