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분단 49년만에 김영삼대통령과 김일성주석간에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
회담이 열리게 된다.

남북정상회담개최와 관련한 북한측의 진의를 놓고 추측이 분분하던 가운데
남북양측은 28일 판문점에서 열린 첫 예비접촉에서 내달 25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함으로써 한반도문제는 이제 종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북측이 어떤 의도를 갖고 남북정상회담개최에 합의했는지는 여전히 의문
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양측의 최고통치권자가 직접 만나 민족의 장래문제를
협의하게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

정상회담이 합의된대로 개최될 경우 이는 남북관계진전을 가름하는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경우 통일기반조성과 북-미,
북-일관계 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은 이날 우리측이 그들의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 8월이 아닌 7월에
조기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제의를 수용함으로써 외관상으로는 그들도
정상회담에 상당한 무게를 싣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북측이 내세운 예비접촉 대표의 북한내에서의 위상과 이날의 협상태도등을
감안할때 약간은 성급한 진단이 될지 모르지만 이제 본격적인 남북협상을
통한 민족자결의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남북문제를 미.일.중과 러시아등 주변강국에 의존해 왔던 패턴에서 이제
한반도문제는 남북한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바뀌게 된다는 얘기다.

과거 적십자회담등 각급 레벨의 회담이 성사되고 때론 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쌍방정부간의 고위급회담이 열려 획기적인 남북기본합의서까지 만들어
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특수한 상황에서 최고통치권자의 이행의지가 뒷받침
되지 않아 그러한 합의는 한낱 휴지조각에 다름아니었던게 현실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야말로 역사와 국민앞에 책임질 수밖에 없는 양측의
최고책임자가 맞대면하게 됨으로써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당면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피하기 위한 가시적인
제스처로 일단 정상회담의 성사에는 합의했지만 과연 경제협력을 포함한
남북교류에 선뜻 응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비관적으로 보기도 한다.

객관적인 국력이나 주민들의 생활수준등 모든면에서 열세에 있는 북측이
체제와해의 기폭제가 될수도 있는 본격적인 남북교류는 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측이 흡수통일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는
경우 제한적인 범위에서 남북합작사업등의 경제협력과 이산가족재회등의
인적교류가 이뤄지고 그같은 교류협력의 범위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번 첫 접촉에서 회담일시와 장소를 전격 결정할수 있었던 것은 우리측의
회담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초 우리측은 북한이 8.15 평양회담을 주장하는등 남북정상회담을 정치
선전으로 이용하려는 저의를 내비치지나 않으까 염려했던게 사실이고 그
대응전략에 부심했었다.

때문에 그들이 끝까지 주장할 것이 분명한 "평양개최"를 일찌감치 받아
들이되 7월 개최라는 시기만큼은 양보할수 없다는 전략하에 협상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 예비접촉에서 회담장소와 일자에 합의를 본이상 어느쪽도 회담의제나
의전등의 문제로 회담을 결렬시키기는 어렵게 됐다.

양측 최고책임자가 이미 의제에 관한한 제한없이 논의할 수있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북의 전의가 여전히 명확하지
못한데다 국제사회의 다자간 협상개최움직임등의 변수가 잠복하고 있어
한두차례 더 접촉을 해본 뒤에라야 정상회담이 확실히 개최될지 여부가
드러날 전망이다.

<박정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