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병 호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서울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여러번의 아슬아슬한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 생활을 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국 운전자들의 용감함과 무례함에 경탄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그래도 교통경찰관이 보이는 곳이나 낮시간에는 괜찮은 편이다. 늦은
밤이나 새벽시간에 운전할때면 심각한 정도의 위험을 느낄때가 많다.

빨간불이나 노란불에 관계없이 무작정 달리는 새벽의 운전자들이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유독 한국인들 만이 용감한 탓일까. 그 이유를
생각해 보지 않을수 없다. 대개 몇가지 진단과 처방이 내려진다.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설득력을 얻는 것은 한국인들이 원래 용감하고
다소 무례하다는 주장이다. 합리성기초한 처방을 때문에 처방은 운전자
들의 도덕이나 양식에 호소하는 것이다.

건전한 자동차문화의 정립을 위한 교육이나 캠페인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공공방송을 이용한 계몽과 같은 방법들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의 양식이나 도덕성 회복이 자동차문화의 정립에 큰 도움을
줄수 있을까. 물론 약간의 도움을 줄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답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합리적이다. 여기서 합리성이라 함은 사람들이 어떤 행위를
할때 그 행위를 함으로써 얻을수 있는 기대편익(expected benefit)과
기대비용(expected cost)을 무의식적으로 비교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그들의 행위가 가져올 기대편익이 기대비용을 넘을때
계속해서 어떤 행위를 하게된다.

예를들면 얼마전만 하더라도 서울의 외각에서 도심지에 들어갈때 버스를
타 고가는 것은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도심지의 주차단속이 심해지고 주차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자동차를 운전하고 시내에 들어가는 행위의
기대비용이 기대편익을 능가함을 알게된다.

이같은 정보가 널리 퍼짐에 따라 운전가들은 서서히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운전자의 교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방법도 인간의 합리성을 바탕으로 나올수 있다.

교통법규를 위반하였을때 그들이 치러야할 기대비용이 단기적인 위반으로
얻을수 있는 기대편익보다 클때 운전자들은 스스로 법규를 위반하지 않게
된다. 캠페인으론 별무효과 따라서 운전질서의 확립은 단순히 분위기
잡는 식의 캠페인으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위반행위에 대한 벌과금을 지금보다 훨씬 무겁게 매기고 여러번의 위반
시에 귀찮을 정도의 교육과정등을 부과한다면 교통질서가 제자리를
잡을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교통질서의 정착에도 인간들의 합리성과 가격메커니즘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서울의 교통질서가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기대비용을 높이는 작업을 시도하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엄격한 범칙금을 통하여 얻은 싱가포르의 모범적인
공공질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