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이 앞으로 국내 철강업체들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고철공급이 크게 부족, 상당부문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형편인데다 고철의 질마저 떨어져 제품구조의 고도화에
결정적인 장애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기로의 증설이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 세계적 추세여서 국제
고철시세가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국내철강산업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전기로업체들의 고철수요는 모두 1천4백65만7천t. 이중 9백
76만4천t(철강업체 자가발생분 2백83만2천t포함)을 국내에서 조달하고
나머지 4백89만9천t은 미국등지로부터 수입으로 충당했다.

이에따라 지난86년 46.2%를 기록한 이후 92년 26.2%까지 낮아졌던 고철의
수입의존도는 지난해 33.4%로 다시 높아졌다. 이같은 추세는 올해도
계속돼 지난1.4분기중 고철의 수입의존도는 무려 42.4%로 올라갔다.

이같은 고철부족현상은 물론 고철을 원료로 쓰는 전기로설비가 고철발생
증가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91년의 8백36만t에 그쳤던
국내 전기로설비규모는 지난해말 1천3백35만5천t으로 급격히 확대됐다.

현재도 한보철강 인천제철 포철 기아특수강 동국제강 강원산업 동해철강
등이 전기로를 추가로 설치중이거나 계획하고있어 95년에는 1천7백만t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철강재소비의 증가와 제조업중심의 소비구조가 정착돼 강축적량및 고철
발생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이긴하나 당분간은 고철수입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국내고철은 유통구조의 낙후및 가공설비의 미비로인해 질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안고있다. 동국제강 동부제강등 한때 박슬라브공장
건설을 고려했던 철강업체들이 계획을 철회하거나 보류하고 있는 것도
양질의 고철확보가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산만에 박슬라브공장을 짓고있는 한보철강이 일업체와 합작,베네수엘라
에 고철의 대체재인 DRI공장을 건설키로 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그러면 고철의 수입여건은 어떤가.

인천제철 동국제강 강원산업 한국철강등 국내 주요전기로업체들은 지난해
고철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92년에 t당 평균1백24달러선(C&F기준)이던
용해용특급고철의 수입가격이 1백70달러선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고철값의 급등은 세계적인 전기로설비의 확대에 근본원인이
있다고 전기로업체들은 지적한다.

세계철강연맹(IISI)은 전세계전기로 설비능력은 지난해 3억2백만t에서
95년 3억3천2백만t으로 늘어나고 2000년에는 3억6천9백만t에 달할 전망
이라고 밝힌다.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국가들이 대대적인 전기로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고철수요가 증가한다는 얘긴데 미국의 철강전문가인 W 호간박사는
"전기로중에서도 특히 최상급고철을 필요로 하는 박슬라브공장의 건설이
급증, 고급고철은 심각한 구득난이 야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세계최대 고철수출국이자 우리의 주수입선인 미국의 고철수출 감소전망도
고철수급전망을 어둡게하는 요인.

미국의 경제예측기관인 DRI는 미국내 전기로조강생산의 확대로 자체수요는
늘고있는데 비해 제조업의 해외이전등으로 고철발생은 감소, 고철수출이
96년이후에는 감소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국내철강업체들이 고철의 국내공급을 확대, 경쟁력을 유지키
위해서는 우선 고철수입선을 러시아등지로 다양화, 90%를 웃도는 고철의
대미의존도를 낮주고 선철 DRI 아이언카바이등 대체재의 개발 및 사용을
확대해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