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현기영(53)씨에 대한 이미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제주도"로
압축할수 있다.

올해 20년간의 작가생활을 맞으며 내논 다섯번째 창작집 "마지막 테우리"
역시 제주도의 역사와 아픔, 그리고 그 한을 형상화한 작품.

"늙은 곰이 한가지 재주밖에 못부린다고 제가 태어나고 자란 제주도에
대한 이야기가 곧 저의 문학입니다"

문화가 점차 자극적이고 경박해지는듯한 느낌을 버릴수 없는 지금의
세태속에서 자신의 문학관을 고집하면서 한가지 주제에 집착해온 현기영씨는
41년 제주도에서 태어났다.

제주시에 살던 까닭에 직접적인 4.3사건의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태어난
고향마을이 거의 초토화되고 외가쪽 친척이 그 난리통에 많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들으려 자란다.

"4.3에 대한 상흔은 마치 기후처럼 제주 전역을 덮고 있었고 그기억은
주민에게 피해의식과 우울증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했다"라고 털어놓는
현씨는 그 기억들은 마치 물처럼 몸에서 배어져 나와 자신의 글을 이루었다
고 말한다.

아버지가 육지에 나가 있어서 아버지 없는 어린시절을 보냈다는 현씨는
"제 문학의 출발은 육지에 살던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는것이 아니었나
합니다. 그때부터 쓰는것은 자연스럽게 제 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느낌
입니다"라고 고백한다.

"제주도 4.3사건을 폭로해서 분노를 유발시키는 문학은 이제 힘을 쓰지
못합니다. 다양한 소재를 발굴해서 아름다운 형식에 담아 에술로 승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씨는 "4.3사건이 40년이상이 지나며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져 가고
있지만 유태인들이 계속 자신들의 수난사를 예술로 재생산해내듯 4.3 역시
문학에 담아 후세에 전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밝힌다.

올해 오영수문학상 수상작인 "마지막 테우리"는 제주도의 과거와 골프장이
건설되면서 파괴되는 현실의 제주도 초원을 접목시켜 소를 돌보는 늙은이의
생각으로 표현한 작품.

여기에 실린 "쇠와 살"은 글 첫머리에 "이글에 실린 일화들은 모두 사실에
근거한다"고 밝혔듯 소제목 아래 4.3사건 당시의 일화를 하나씩 묶은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현씨는 현재 작가생활 20년을 마감하며 자전적 성장소설을 쓰고 있다.

"''실천문학''가을호부터 연재에 들어가는 이작품에서 제주도 역사와 자연이
녹아들어간 저의 어린시절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또 단순히 줄거리를 엮어
소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의미들을 담아 한장면 한장면에 상징을
부여하고 싶습니다"

3~4권짜리 대하소설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의 문학계에서 한작품을 생산
하는데 많은 뜸을 들여 신중과 공을 다하는 현기영이라는 작가는 날로
경박해지는 우리시대에 소중한 사람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