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처리한 알파벳을 심벌화 하여 강렬한 이미지를 연출. 로고의
컬러 바리에이션으로 분위기를 표현. 세트디자인은 디스플레이 효과를
고려..."

어떤 상품의 디자인을 신문에서 설명한 글이다.

이 글을 잃고 그내용을 완전히 이해할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상품의 상표도 영어로 되어있으니 영오로 이렇게 소개했다면 별로 문제가
될 것도 없겠다.

그러나 좋은 우리말이 분명히 있는데도 외국어를 이렇듯 꺼리낌없이 쓰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심결에 잘못쓰거나 불필요하게 남용하는 외래어
외국어가 문제가 되기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지만 근래에 불어닥친
개방화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외래어 외국어는 급속도로 늘어만 가고 있는
추세다.

외래어 외국어의 남용이 상표나 상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그런
경향을 잘 보여준다.

"언어는 정신의 얼굴"이라는 말도 있지만 우리가 정휴성을 잃어 버린다면
세계화의 격량을 헤쳐가기 힘들다.

우리들이 세계화해 가는 넓이나 크기만큼 우리는 또 "우리화"해야 한다.
"우리화"하지 않고는 제대로 "세계화"할수 없다는 역설적인 논리도
그런데서 성립된다.

언어학자 이병혁교수가 남북한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자어를 뺀
순수한 우리말의 비율은 남한 24.8%, 북한 37.7%이고 외래어의 경우 남한
3.2%, 북한 2.4%로서 남한의 순수한 우리말의 범주는 북한의 그것보다
12.1%나 낮고 외래어는 북한보다 0.8가 높다.

언어순화운동이 우리가 북한보다 뒤져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허청에 따르면 90~93년 무분별한 외래어보다 순수한 우리말 상표출원이
3배나 늘어나고 3만6,600여건에 이르고 있다.

"싱싱 냉장고" "뚜개기 전자레인지" "가마솥 보온 밥솥" "짝궁 압력밥솥"
등 가전제품, "계수나무" "개구장이"등의 문구류, "귀염둥이" "꼬마또래"
등의 의류, "아람이" "꽃나비"등 제화류, "고운손" "방글방글" "뽀송이"등
주방용품도 끼어 있다.

모두 곱고 아름다운 우리말의 특성을 살린 상표들이다.

"하이틴이라면 슬림한 스타일은 롱하고 캐주얼하게 입어..."

앞으로 주부대상TV프로그램에 나와 이런 말을 지꺼리는 패션디자이너도
없었으면 한다.

제2차대전에서 영국국민을 떨쳐 일어나게한 웅변가 처칠도 연설할때는
의식적으로 라틴어나 그리스어에서온 영어를 피하고 토박이 영어만 썼다는
사실을 우리나라 지식인들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