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의 김과장은 요즘들어 부쩍 자신의 건강을 염려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건강유지의 한 방법으로 자꾸 웃으면 엔돌핀이 증가한다는
것을 떠올리며 이제는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즐겁게 생활을 꾸려 보려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자신의 스마일 작전 곧 체내 엔돌핀 증가 처방이
주위에선 도통 먹혀들지가 않는 것이었다.

아내는 살림걱정에 웃음이 나오냐며 핀잔을 주고 부장은 "허파에 바람이
들었나? 왜 실없이 웃기만 하나?"며 호통을 치는 것이다.

만나는 친구들은 늘그막에 연애라도 하나 의심하기 일쑤고 부하직원들도
덩달아 자신을 도무지 업신여기는 것이다.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이지만 많은 수의 현대인들은 "화내는 것은 나쁘고
웃는 것은 몸에 이롭다"는 식의 일종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살아가곤
한다.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음식물도 선악을 따져서 몸에 이롭다는 것만 취하려
하고 술.담배와 같은 기호품은 물론 수영이나 등산과 같은 운동에 이르기
까지 현대인은 마치 편나누기처럼 선악을 구분하려는 우를 범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세상에 절대적인 선과 절대적인 악이 존재할 수 있을까.

범인의 세속적인 감정에 비유하자면 슬픔 공포 두려움 화냄등의 감정이
즐거움 웃음 희열등에 비하여 반드시 나쁜 해로운 감정일까.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진정 건강한 사람이라면 슬플때는 울줄 알아야 하고 즐거울땐 웃을줄
알아야 한다.

또 뜻에 어긋난다 싶으면 화도 낼줄 알아야 하고 어찌 행동할까 신중히
판단할 줄도 알아야 하며 힘겨운 상황에선 적당한 공포감도 느낄줄
알아야만 한다.

지난주에 한의학의 장상학설은 살아 숨쉬는 인체의 제반 현상을 계통적
으로 나누어 이를 통제하고 대표할 수 있는 장기로 분류한 점이 서양의학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하였다.

특히 한의학에서는 희 노 우 사 비 공 경과 같은 인간의 감정까지도 오장
개념에 배속시켜 관찰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항상 좋을듯 싶은 기쁨이라는 감정도 지나치게 되면 오히려 상심의
역작용을 나타낸다고 보고 있다.

단순한 신체적 증상 뿐만 아니라 감정의 변화까지도 세심히 관찰하여 조화
를 모색하고자 하는 방법, 어찌보면 중용의 도를 인체에서 추구하는 것이
한의학의 기본원리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