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노 저녀석 알아줘야겠는데."

"글쎄 말이야. 언제부터 저렇게 춤을 잘 추지?"

"미국이 두번째잖아. 십몇년전 그때 와서 배웠겠지 뭐"

"그때 배운걸 지금까지 안 잊어버렸을 턱은 없고, 일본에서도 계속 춘
모양인데. 저 보라구. 기가막히게 추잖아. 보통 솜씨가 아니라니까"

함께 나이트클럽 구경을 온 동료들이 술을 마시며 놀랍다는 듯이 지껄여
댔다. 존마게에 하오리하카마를 입은채 나가노는 서양 여자를 안고 음악에
맞추어 산들산들 흔들어대며 경쾌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말없이 술잔을 기울이며 나가노를 지켜보고 있던 야스바 야스가스가 불쑥
내뱉었다.

"구역질이 나서 못 보겠군. 저녀석이 일본 사무라인가?"

야스바는 조세권두(국세청장격)였는데 고무사풍의 근엄한 사람이었다.
그의 눈에는 서양여자를 안고 춤을 추고 있는 나가노가 도무지 못마땅
하기만 했던 것이다. 저게 기생오라비지 사무라인가 싶었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가 서로 끌어안고서 비벼대듯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는 그 자체가 구역질이 나서 볼수가 없었다.

"짐승같은 연놈들이군. 아이 상스러워" 마치 화라도 난 사람처럼 야스바는
술잔을 탁자위에 탁 치듯이 놓고는 벌떡 일어나 나가버렸다.

어린 시절 번교에 다닐때 장차 사무라이가 될 사내는 밖에서 여자와
함부로 얘기를 해서는 안되며 인사를 나누는 것도 수치라는 식의 교육을
받았었다. 심지어는 한길같은 데서 친누나를 만나도 아는체를 안하는게
사내다운 태도라는 가르침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술을 마시고 노는 자리라고는 하지만 남녀가 유별한터에
쌍쌍이 얼싸안고 춤을 추어대다니 도저히 서양 풍속을 이해할수가 없었다.

그런 상스러운 풍속속에 거침없이 뛰어들어 함께 놀아대는 나가노란
녀석이 일본 사무라이의 긍지를 더럽히는 것 같아 분노까지 느꼈던 것이다.

야스바는 그처럼 완고한 점에서 유별난 사람이어서 그뒤 곳곳에서 남녀
유별이 엉망인 서양 사람들의 행태를 목격하고 혐오감을 금치 못했다.

특히 부부사이에 남편이 마치 아내의 시종인 것처럼 행동하는데는 어이가
없어서 혼자 투덜투덜 욕지거리를 내뱉기도 했다.

"저 병신같은 자식. 저런 저런."하고 말이다.

그는 음식까지도 서양 것이 구미에 맞질 않아서 식사때면 늘 우거지상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