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1백엔수준에서 좀처럼 깨지지 않을것 같던 엔화의 값이 지난 6월
하순에는 드디어 그 선마저 무너지기에 이르렀다.

1달러 2백엔에서 1백엔선까지 가는데에 약15년이 걸렸으니 앞으로 15년후
에는 1달러에 0엔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지금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환율전쟁이 한창이다.

이러한 엔고현상때문에 일본경제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거액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면서 어려운 여건에서도 불사조같은 저력을 보여
주고 있다.

2차대전이후 대표적 경제모범국이었던 서독과 일본이 마르크화와 엔화의
평가절상과정에서 보여준 적응방식은 상당히 대조적이었다고 할수 있다.

서독은 주로 기술혁신과 적극적인 시장개방을 통한 국내산업구조조정으로
경쟁력약화를 극복하려는 길을 택하였으며 생산성이 낮은 부문의 노동수요는
값싼 해외노동력수입으로 충당했다.

반면 일본은 기술혁신에 전력투구하면서도 국내시장, 특히 노동시장을
철저하게 봉쇄하고 로보트투입등 시설자동화를 통한 생산성제고로 경쟁력
약화를 극복하려는 전략을 써왔다.

그후 석유파동에 따른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서독에 들어왔던 해외노동력은
오히려 큰 짐으로 남게 되었다.

서독은 이문제 해결을 위해 거액의 재정지출을 부담하지 않을수 없었지만
시장개방이나 환율문제로 선진국으로부터 집분포화를 받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일본은 91년경까지 견실한 성장과 완전고용을 유지할수는 있었지만
그 대가로 지금 미국등으로부터 강도높은 심자포화의 세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근래에 우리나라에서도 소위 3D업종 기피현상이 널리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다투어 값싼 외국인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고 정부도 이를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경제의 국제화와 경쟁력강화가 최대의 정책과제로 제기되고 있는 이때
에 개방형 독일모델과 폐쇄형 일본모델의 장점을 과연 어떻게 우리실정에
맞도록 접목시켜가야할지 여러모로 깊이 생각해볼 때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