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신을 타고 전해지는 유럽기업들에 관한 기사를 읽어보면 무언가
심상치 않은 구석이 있음을 엿볼수 있다.

이탈리아 기업들은 물론이고 알카텔 알스톰이나 마네스만 같은 독일 혹은
프랑스 굴지의 기업들까지 스캔들에 휘말려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독일 기업들은 현재 세가지 미스테리에 발목이 잡혀 있다.

첫째는 부동산 개발업자인 위르겐 슈나이더의 돌연한 잠적이고 둘째는
폴크스바겐 경영진의 GM 기밀서류 유출의혹, 그리고 세번째는 스포츠
이벤트업체인 발삼의 사기사건이다.

프랑스 역시 쉬네더 그룹회장인 디디어 피노 발렌시엥느가 11일간 벨기에
감옥에 감금됐던 사건을 둘러싸고 여론이 들끓고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베르나르 타피라는 인물은 사기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프랑스의 2대 민간기업 가운데 하나인 알카텔 알스톰사의
피에르 쉬아르 회장이 공금횡령 혐의로 조사를 받는 바람에 알카텔 주가가
하룻만에 8.3%나 폭락하는 대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스페인에서는 중앙은행까지 내부거래 혐의에 휘말려 국민의 의혹을 사고
있다.

유럽대륙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분출되고 있는 이같은 스캔들의 배경은
무엇일까.

경제전문가들은 유럽의 스캔들 시리즈는 갑작스런 돌출현상이 아니라
올것이 오고야만 당연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영국의 저명한 기업분석기관인 인터내셔널 스트래티지사의 한 분석가는
"유럽은 지금까지 지나치게 안일한 분위기 속에 파묻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북풍한설이 몰아치면서 돌들이 들추어지는 바람에 밑바닥에
깔려있던 구더기들이 드러나고 있다"라고 비꼬아 말한다.

이는 최근의 기업 스캔들이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래된
병폐가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단지 달라진게 있다면 스캔들을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생겼을
뿐이라는 것이 인터내셔널 스트래티지사 분석가의 설명이다.

즉 과거에는 관용속에 파묻힐수 있었던 비리들이 이제는 이탈리아의 예에서
보듯이 시대의 변화화 함께 안과 밖이 뒤집히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장기간에 걸친 혹독한 경기침체
<>정부와 기업간의 관계 변화 <>언론과 사법부의 비관용적 태도가 삼박자를
이뤄 빚어낸 연출이라고 말한다.

프랑크푸루트 소재 미스피어슨 상업은행의 관리담당 파트너인 폴케르트
클라우케는 "과거에는 얼마든지 은폐될수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언론의
과감한 공격성과 사법부의 비관용으로 샅샅이 파헤쳐지고 있다"라고
토로한다.

이와함께 젊은세대들이 기업의 핵심간부로 등장하면서 기업문화가 과거와는
달리 공개적인 문화로 변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클라우케는 지적한다.

독일 경제전문주간지인 비르트샤프츠보헤지의 편집장인 디터 슈비어는
지난 92년과 93년에 걸친 독일의 혹독한 경기 침체도 최근의 스캔들에 대한
해석이 될수 있다고 말한다.

"경제 위기는 곧 기업들의 약점이 투명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숨길수 있었던 대차대조표상의 해골들이 경제침체로 이제는
수면위로 떠오를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라고 그는 꼬집는다.

<김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