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칼] (525) 제2부 정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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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이 싫어서 그렇습니다.
도무지 역겨워서 견딜수가 없지 뭡니까"
"뭐가 그렇게 역겹다는 거요?"
"여자들의 하는 짓거리들이 뻔뻔스럽고 건방져서 눈을 뜨고 볼수가
없어요. 남자라는 것들도 그런 여자들을 마치 무슨 상전처럼 대하고
있으니 못봐주겠고요. 부부간에도 남편이 마치 아내의 시종같지 뭐예요.
그리고 남들이 보고있는 앞에서 남자와 여자가 예사로 끌어안고 입을
맞추기도 하니, 그게 어디 사람이라고 할수 있어요? 짐승이지"
"그래서 일본으로 돌아가겠다는 거요?"
"예" "허허허." 이와쿠라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동양과 서양의 풍속의 차인데, 역겨울게 뭐 있소. 그런게 오히려
구경거리 아니오. 우리와 똑같다면 무슨 흥미가 있겠소. 난 남자와
여자가 끌어안고 입맞추는걸 보면 재미가 아주 좋던데. 허허허"
"풍속도 역겹지만, 도무지 음식이 입에 맞질 않아서 견딜수가 없습니다.
이러다간 병이 날것 같지 뭡니까. 대감님,저의 귀국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도리가 없구려. 돌아가도록하오"
"정말 고맙습니다. 대감님" 야스바는 의자에서 얼른 일어나더니 방바닥
카펫위에 꿇어앉아 두 손을 짚고 머리를 깊이 숙여 감사를 표했다.
"돌아가서 당신은 세금이나 열심히 걷어 들이구려. 그게 옳겠소"
"예, 흐흐흐." 그제야 야스바도 히들히들 웃었다.
오쿠보와 이토가 전권위임장을 받아오려고 워싱턴을 떠난 것은 2월12일
이었다. 그때 야스바도 같이 귀국길에 올랐다.
태평양을 이번에는 서쪽으로 횡단하여 일본으로 가는 배안에서 오쿠보는
이토를 상대로 거의 매일 바둑으로 소일하였다. 사쓰마 시절부터 곧잘
사이고와 바둑을 두었던 오쿠보는 그뒤 중앙정계에 진출해서도 여가가
있으면 바둑을 즐겼다.
이번에 해외사절로 나서면서도 바둑알을 가지고 떠났던 것이다. 이토도
바둑을 둘줄 알았으나, 오쿠보보다는 한수 아래였다. 그래서 흑을 쥐고
몇점 놓고서 두었다.
오쿠보는 내심 이토를 주목하고 있었다. 이번에 긴 여행을 함께하며
보니까 사람됨이 마음에 들었다. 사교적인 성격에 예의도 바르며,영어도
잘하고, 판단력도 명석한 편이었다. 앞으로의 정치가는 이런 형이라야
되지 않을까 싶었다.
도무지 역겨워서 견딜수가 없지 뭡니까"
"뭐가 그렇게 역겹다는 거요?"
"여자들의 하는 짓거리들이 뻔뻔스럽고 건방져서 눈을 뜨고 볼수가
없어요. 남자라는 것들도 그런 여자들을 마치 무슨 상전처럼 대하고
있으니 못봐주겠고요. 부부간에도 남편이 마치 아내의 시종같지 뭐예요.
그리고 남들이 보고있는 앞에서 남자와 여자가 예사로 끌어안고 입을
맞추기도 하니, 그게 어디 사람이라고 할수 있어요? 짐승이지"
"그래서 일본으로 돌아가겠다는 거요?"
"예" "허허허." 이와쿠라는 어이가 없으면서도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동양과 서양의 풍속의 차인데, 역겨울게 뭐 있소. 그런게 오히려
구경거리 아니오. 우리와 똑같다면 무슨 흥미가 있겠소. 난 남자와
여자가 끌어안고 입맞추는걸 보면 재미가 아주 좋던데. 허허허"
"풍속도 역겹지만, 도무지 음식이 입에 맞질 않아서 견딜수가 없습니다.
이러다간 병이 날것 같지 뭡니까. 대감님,저의 귀국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도리가 없구려. 돌아가도록하오"
"정말 고맙습니다. 대감님" 야스바는 의자에서 얼른 일어나더니 방바닥
카펫위에 꿇어앉아 두 손을 짚고 머리를 깊이 숙여 감사를 표했다.
"돌아가서 당신은 세금이나 열심히 걷어 들이구려. 그게 옳겠소"
"예, 흐흐흐." 그제야 야스바도 히들히들 웃었다.
오쿠보와 이토가 전권위임장을 받아오려고 워싱턴을 떠난 것은 2월12일
이었다. 그때 야스바도 같이 귀국길에 올랐다.
태평양을 이번에는 서쪽으로 횡단하여 일본으로 가는 배안에서 오쿠보는
이토를 상대로 거의 매일 바둑으로 소일하였다. 사쓰마 시절부터 곧잘
사이고와 바둑을 두었던 오쿠보는 그뒤 중앙정계에 진출해서도 여가가
있으면 바둑을 즐겼다.
이번에 해외사절로 나서면서도 바둑알을 가지고 떠났던 것이다. 이토도
바둑을 둘줄 알았으나, 오쿠보보다는 한수 아래였다. 그래서 흑을 쥐고
몇점 놓고서 두었다.
오쿠보는 내심 이토를 주목하고 있었다. 이번에 긴 여행을 함께하며
보니까 사람됨이 마음에 들었다. 사교적인 성격에 예의도 바르며,영어도
잘하고, 판단력도 명석한 편이었다. 앞으로의 정치가는 이런 형이라야
되지 않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