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형승용차의 가장 취약한 부분중의 하나가 끝마무리이다.

87년이후 심각한 노사분규로 극도로 악화됐던 완성차업계의 조립품질은
최근들어 서서히 회복되고는 있으나 선진업체에 비해 아직 다소의 열세를
면치못하고있고 부품업체의 부품품질 역시 업계의 영세성과 기술부족으로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인 자동차품질평가기관인 J D 파워사가 지난해 조사한 자료
에따르면 현대자동차의 IQS지수 (신차판매이후 3개월이내 1백대당 결점수)
는 1백94로 지난87년의 3백3,91년의 2백35보다는 크게 개선됐으나 선진
업체수준에는 아직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GM은 95,포드는 1백12이며 일본의 도요타는 74,혼다는 92에 불과
했다. 그러나 독일 폴크스바겐이 2백26을 나타낸 것을 비롯 일부 유럽
업체들은 현대보다 IQS지수가 높았다.

이같은 국산자동차의 품질불량은 차량의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 근로자
들의 정성부족에 따라 마무리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 따른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협력업체의 부품품질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국내승용차 3사에 납품하고 있는 1차 협력업체수는 1사당 평균 3백46사로
일본 주요자동차업체들이 1백40~2백사인데 비해 약 1.7~2.5배가 많다.

더욱이 일본업체들이 엔고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차 협력업체를 선별,
통합화하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국내자동차 부품업체가 많은 것은 부품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
이기도 하지만 87년이후 노사분규가 크게 늘어 부품공급의 조달을 원활히
하기 위한 자구책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부품업체가 납품처를 복수화하기는 어려워 승용차 3사와 거래하고
있는 7백89개 부품업체중 복수의 모기업과 거래하는 업체는 전체의 21%인
1백66개에 불과하다.

기아경제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3사 협력업체중 상위 50개사의
모기업 전속률은 각각 80% 63% 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열악한 조건에 따라 협력업체들은 규모의 영세성과 기술부족으로 부품의
품질에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부품업체의 기술능력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부품기업이 조립기업의 기술지원 또는
외국의 기술도입에 의존하는 생산하청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국내 협력업체중 오디오 에어컨등 부품업체가 조립업체의 사양에 따라
설계를 하고 전적으로 고유기술과 책임을 갖고 생산하는 블랙박스부품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가격기준으로 33%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에 비해 높은 것이기는 하나 소형승용차부문에서 최대경쟁국인
일본은 블랙박스부품의 비중 70%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것이다.

더욱이 국내 부품업체들이 생산하는 블랙박스부품은 오디오 타이어등
조립기업의 자체제작능력이 없는 부품과 에어컨 스티어링기어등
계열회사가 생산하는 제품들이 많다.

따라서 국내부품업체중 신차개발과정에서부터 조립업체와 함께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며 조립기업이 설계도면을 제공해 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품업체가 설계단계부터 참여하게 되면 그만큼 신차개발기간을 줄이고
개발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부품업체의 기술력 부족은 단순히 설계능력의 부족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생산기술력또한 크게 부족하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산부품은 비교대상의 일제부품이나 독일산부품에 비해 적게는
1.5배, 많게는 4배에 이르는 불량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마스터브레이크는 일제 수입부품이 1만개당 평균 20개의 불량률을
보였으나 국산부품은 30개가 불량이었다. 하이텐션 케이블은 독일제가
1만개당 불량이 40개인데 반해 국산부품은 1백60개였다.

국산 소형승용차가 품질 측면에서 보다 확고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모기업과 부품업체간 건전한 협력관계와 함께 부품업체의 적극적인 육성을
통한 부품의 국제경쟁력제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