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로 전력사용이 급증, 제한송전의 위기로 까지
치닫자 상공자원부는 14일 긴급전력수급안정대책을 발표했다.

김태곤상공자원부 제3차관보는 이날 대책발표를 통해 "최근 최대전력수요가
연일 기록경신 행진을 하고 있고 전력공급예비율은 3.5%까지 곤두박질 침에
따라 피크시간대인 오후2시에서 4시까지 최대한 전력사용을 줄이는 비상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예비전력이 50만Kw로까지 근접하면 우선 전국 발전소의 발전기출력을
최대한 높여 추가 전력을 확보하고 다음 단계로 제한송전의 일종인 긴급
수급조정요금제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공자원부는 이날 한전기공및 한전본사와 각 발전소에 비상대책만을 구성
운영토록 하고 본부에서 가동중인 수급비상대책반도 확대, 시간대별로 수급
상황을 점검키로 했다.

이날 청와대도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한듯 오후2-4시까지 에어컨 가동을
중단하고 실내온도를 섭씨26-28도선을 유지하는등 절전에 적극 동참키로
했다.

정부가 이같이 전력비상으로 뒤늦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은 올여름
수요예측을 워낙 잘못한데다 후속 대응도 안이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금년 여름 전력수요전망 자체가 크게 빗나간게 위기의 시작이었다.

상공자원부는 지난1월 올해 최대전력수요를 2천4백46만3천Kw로 내다봤다.

그러나 6월들어 전력사용량이 몇차례 사상최대치를 기록하자 지난달
22일에야 이를 2천5백25만4천Kw로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이 수정전망치도 7월들어 경신됐고 지난13일엔 최대전력수요가
2천6백20만5천Kw에 달했다.

올초부터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산업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에어컨등 냉방기기 사용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올여름 최대전력수요기를 잘못 예측했던 것도 이번 전력
비상의 화근으로 지적되고 있다.

상공자원부와 한전은 금년 최대전력수요기를 8월중순께로 예상해 발전소의
정기보수완료일정을 여기에 맞췄었다.

8월 두번째주까지는 전국의 발전소가 정기보수를 마쳐 2천7백98만2천Kw의
전력공급능력을 갖출수 있다며 자신만만해 했던 것.

하지만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불볕더위엔 제대로 대비책을 마련해 놓지
않아 7월 전력비상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인천화력 4호기등 4개 화력발전소(총 시설용량 1백28만4천Kw)가 정기
보수중인데 이들 발전소는 7월말이나 돼야 보수가 완료된다.

그래서 상공자원부와 한전은 어떻게 해서든 7월중순 고비만 넘기면 올해
전력비상은 어느정도 풀릴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정부 설명대로 금년은 그럭저럭 넘길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내년이후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장기 전력수급계획상 발전소 건설재원이 턱도 없이 모자라 투자계획을
축소할 위기라고 한전관계자는 밝혔다.

실제로 현재의 투자재원으로는 내년 발전설비예비율이 당초 계획(17.0%)에
크게 못미치는 12.6%에 그치고 96년과 97년엔 10.1%와 11.9%에 그칠
것이라는게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망이다.

현재 계획으론 내년에 영광원전3호기등 2백20만Kw의 발전시설용량이
늘지만 96년엔 1백60만Kw밖에 증가하지 않아 최근 몇년간의 전력소비증가
추세를 못따라 간다는 얘기다.

상공자원부는 이에따라 하반기중 전력요금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값을 올려 전원개발투자여력을 확충하고 전기절약을 유도해 중장기적
으로 수급안정을 기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전기료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악영향을 들어 경제기획원등이 아직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이도 간단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경제기획원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6%대로 잡겠다며 공공요금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여러차례 밝히고 있다.

올여름 간당간당한 전력수급상황도 고민이지만 내년 내후년 계속 찾아
올지도 모르는 전력비상에 상공자원부와 한전이 속을 태우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