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건설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한동안 주춤하는 듯했던 전력수요가 최근 경기호황을 타고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서다.

당장 올여름도 그렇지만 내년이후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일부에선 지난 91년과 92년 전국을 강타했던 "전기파동"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공연한 "아우성"으로만 치부할 일도 아니다.

공급량이 충분하다면 문제될건 없다. 사정은 그렇지가 못하다.

비상시에 대비할 전력예비공급량이 별로 많지 않다.

전력수요에 맞출 수 있는 전력공급여력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전력공급 예비율이다. 그걸 살펴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뚜렷해진다.

이달들어 전력공급 예비율이 3%선으로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통상 예비율이 15%안팎은 돼야 "전력비상"에 여유있게 대처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예비율이 못해도 10%선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장담했었다.

그런데 이 예비율이 당초 목표의 3분의1 수준까지 내려 갔었다.

때이르게 시작된 여름철 무더위와 맞물려 전력수요는 연일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그런 터에 이처럼 공급여력이 충분치 못하니 여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린것은 우선 "수요"가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폭으로 높아지고 있어서다.

경기회복속도가 예상외로 급상승커브를 그리면서 공장등 산업부문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난게 첫째 요인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가정과 사무실등 일반부문의 전력소비도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올들어 5월까지의 주택및 일반용 전력소비 증가율이 14.4%로 산업용
(11.8%)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게 이를 반증한다.

지금과 같은 전력난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찾는 전문가들이 많다.

당시 정부가 경제안정을 앞세워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인색했던 것이
91년과 92년의 전력난을 불렀고 지금의 전력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금은 "옛날 잘못"을 탓하고 있을만큼 한가롭지 않은 지경이다.

한정된 재원과 함께 공급부문의 해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의
전력난 해결을 위해선 수요관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게 정부의 솔직한
토로다.

현재 건설되고 있는 발전소들이 계획대로 완공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수요증가추세가 계속되는 한 공급을 맞춰 주기에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해결방안은 전력수요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정부가 급히 내놓은 수요관리대책을 보면 <>빙축열.가스냉방등 전기대체
냉방설비와 전기이용효율이 높은 전기제품 보급을 늘리고 <>전력소비가
집중되는 하절기에 산업체의 하계휴가를 적극 유도해 최대수요증가를 억제
하며 <>주택 일반 산업등 부문별로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전기
소비절약을 적극 홍보한다는 것으로 돼있다.

또 여름철 피크타임때에 "수급조정 요금제"를 도입키로 했다.

전기수요가 몰리는 피크타임때 전력사용을 줄일 경우 대폭적인 할인요금을
적용, 합리적인 전력사용을 유도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비상시기에는 예비
전력을 별도로 확보해 대처한다는 비상대책도 마련해 두고 있다.

어쨌든 경제를 인체에 비유할 때 금융을 혈액이라고 한다면 에너지는
사람에게 힘과 활동의 원천이 되는 탄수화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중에서도 전력은 우리생활에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필수
에너지다.

그런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공급문제는 정부에 맡기더라도 소비자들은 긴 안목으로 전력사용을 합리적
으로 관리하는 절전마인드의 확립이 시급해졌다.

<이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