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국과의 문제가 중대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서 자기로서는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을지 모르니 오쿠보와 기도 두사람은 급히 귀국하기를 바란다
는 그런 사연이었다.

이와쿠라는 곧 오쿠보와 기도를 자기 방으로 불러서 그와같은 서한이
태정대신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알렸다.

오쿠보는 그렇지 않아도 이토와 둘이 조약개정의 전권위임장을 받으러
일본에 갔을때 이미 산조로부터 정부의 일이 더 중요하니 끝까지 사절단과
행동을 같이 할것 없이 기도와 두사람은 적당히 중도에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래서 그는 곧 귀국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기도는 여기까지 왔으니 러시아를 꼭 구경하고 싶다면서 오쿠보
에게 먼저 귀국하라고 했다.

러시아를 보고싶은 것도 사실이었지만, 오쿠보와 동행해서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조약 개정 문제로 그와 대립했었고, 또 그가 자기의 부하였던 이토를
채가듯이 하여, 매사에 이토가 오쿠보를 따르는 것도 내심 괘씸하고 못마땅
해서 두사람이 떨떠름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비슷한 지위에 있는 정치가끼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알력관계라고 할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 오쿠보는 사절단 일행이 러시아로 떠날때 그들과 헤어져
혼자 프랑스로 가서 마르세유항구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기선에 몸을
실었다.

사절단과 함께 러시아로 갔던 기도는 그곳을 구경한 다음 일행이 덴마크
로 향할때 작별을 했는데, 그뒤 그는 혼자서 스위스를 거쳐 이탈리아로 가서
나폴리에서 휴양을 취하다가 귀국길에 올랐다.

그래서 기도는 오쿠보보다 두달이나 늦게 일본에 도착했다.

사절단은 덴마크로 가서 그곳에서 일주일가량 머문다음 이번에는 스웨덴
으로 향했고, 그 나라에서도 역시 일주일정도 체류한 뒤에 이탈리아로 갔다.

옛 로마제국의 유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한마디로 거대한 대리석의 고도
라고 할수 있는 로마시내를 돌아보며 일행은 다른 나라에서는 별로 느낄수
없었던 역사의 중후한 발자취를 보는듯한 감명을 받았다.

특히 지방을 여행하면서 놀란 것은 높은 산위에 큰 고성이 축조되어 있는
광경이었다.

성뿐 아니라, 큰 저택들은 거의가 산위에 세워져 있었다.

"저런 높은 산 위에서 옛날에 물을 어떻게 썼을까?"

"글쎄... 놀라운 일이로군"

모두 감탄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로마시대에 이미 높은 산 위에서도 용수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수리가
발달되어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