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과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일본총리의 23일 청와대
정상회담은 우선 한일간의 전통적인 우호와 협력관계를 재확인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이로써 양국관계는 일본의 사회당내각 출범,김일성 사망등 돌출변수들에도
불구 궤도일탈의 우려를 완전 불식할수 있게됐다.

사실 한반도를 둘러싼 최근기류는 휴전후 가장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핵문제가 세계의 핫이슈가 되는가운데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김일성 사망" 뉴스가 터져나왔다.

이웃 일본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하타총리가 단명의 퇴진을 하고
사상처음으로 사회당출신인 무라야마 총리내각이 탄생했다. 오랬동안
친북정책을 견지해온 사회당내각 출범에 우리로서는 우려하지 않을수
없게된것이다.

이런 주변상황속에 양정상은 이번 서울회담을 통해 북한핵에대한 분명한
공조체제 유지를 다시한번 확인했다. 북한이 하루빨리 개방과 개혁을통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될수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특히 무라야마총리는 일-북한수교를 비롯 남북한 문제에대한 일본정부의
입장이 종전과 아무런변화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그동안
존재해왔던 한국내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무라야마총리가 다시한번 한일 과거사에대한 유감을
표시하고 사할린 한인문제 해결에 적극 협력할뜻을 밝힌것도 선린우호를
지향하는 양국의 미래를 감안할때 매우 바람직한 결과로 풀이된다.

경제분야는 이번 회담의 핵심의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양정상이
국제무대에서상호간 협력체제를 강화하기로 한것은
WTO(세계무역기구)출범후 급변하는 경제환경을 감안할때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관련 김대통령은 무라야마총리에게 김철수상공자원부장관이 WTO의장에
선출될수있도록 도와줄것을 당부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 경제권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때 무라야마총리의 지원약속은 큰 힘이
될것이라는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두나라 정상이 이미 지난4월 출범한 "한일경제협력기구"를 활성화
시켜가는데 의견접근을 본것도 주목되는 일이다.

한일간 경제현안으로 늘상 지적되어온 무역불균현 시정문제는
정부차원보다는양국경제계가 앞장서 풀어나갈수 있도록 해야한다는데
의견접근을 보았다. 과거정부차원에서 이문제해결을 강요하다시피했던
우리정부의 태도와 비교하면 사뭇다른 접근이다.

그러나 이문제는 정부의 "구호"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것을 이제
서로가잘 알고있다. 과거 일본기업인의 "대한구매단 파견"등과같은 조치가
전시효과외에 아무런 실효가 없었음을 경험을 통해 알고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정부가 불균형문제를 경제계가 스스로
풀어갈수있도록 지원키로 한것은 "성숙한 한일관계"라는 측면에서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다소 아쉬운 측면도 없지는 않다. 기술이전이나 교류등의 문제는
좀더심도있게 논의될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등이 그것이다. 또 일본의
경제구조가 엔고로 재편되고있는 상황에서 양정상이 보다 심도있는
경제협력을 논의해볼수있지 않았느냐는 아쉬움도 일부 있는것같다.

그러나 이같은 아쉬움도 이번 양국정상의 만남이 단한번,그것도
단독회담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점과 한반도주변의 정치문제가 보다
현안과제로 또오르고 있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될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기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