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구소련의 하바로프스크를 출발했던 선박들이 중국 흑룡강성
지아무스연안에 도착했다.

접안을 끝낸 선박들에선 러시아산 망원경 카메라 석유제품 기계류 등이
쏟아져 나왔다.

하바로프스크로부터 송화강을 따라 배로 7-8시간이 걸리는 중국의 가목사.

이곳이 바로 중국 국경(변경)무역 중심지중 하나다.

총연장 2만1,000km에 이르는 중국 국경선상의 이른바 국경무역구안에서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14개 주변국가(독립국가연합 기준)간에 행해지는
국경무역.

지난해 중국의 국경무역규모는 5백억달러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중 80%이상이 대독립국가연합과의 교역액이며 나머지가 베트남 북한등과
의 무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흑룡강성의 가목사 흑하 수분하등 3개도시가 중.러시아간 중.북한간 국경
무역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나날이 그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이 세곳의 국경무역이 흑룡강성 전체 대외무역액의 5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이곳에서 행해지는 국경무역 교역품목은 자그만치 3천여종.

중국의 대독립국가연합 수출품은 곡물 육류 섬유 의류 가전제품 생활용품
한약재등 소비재 위주이다.

반면 독립국가연합으로부터 수입하는 품목은 석유제품 화학비료 철강
비철금속 자동차 기계 목재등 자본재위주로 구성돼 있다.

이곳은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북한과의 국경무역도 행해지고 있다.

삼성 금성 효성 대우등의 제품이 홍콩업체들의 중개를 통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하얼빈시의 한 고위관리는 "올해들어 한국산가전제품이 중국의 국경무역을
이용, 러시아 북한등지로 반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곳엔 조선족 기업인들도 많다.

흑룡강성 민족경제개발총공사의 최수진사장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17일 제5회 하얼빈교역상담회에서 북한 금속상사 유색상사
봉화상사등과 총1억8천2백48만달러에 달하는 수출입계약을 체결했다.

그중 6천만달러는 현금무역이고 나머지는 물물교환이다.

흑룡강성 민족경제개발총공사는 무역 해운 관광업등을 포함하는 대그룹
으로 지난해 교역총액이 12억인민폐에 달했다.

이 그룹은 싱가포르에 산가라는 회사를 설립, 현재 화물선 2척을 보유하고
동남아 일본 북한 한국및 중국연해 각 항구를 운항하며 교역을 대행해 주고
있다.

이에따라 이 조선족 그룹은 한국과 북한교역의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목사 흑하 수분하등 국경무역도시를 관장하고 있는 흑룡강성의 하얼빈시
는 국경무역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 국경무역 교역관리 완화조치도 시행
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특혜 조치다.

국경무역 수입품에 대해 수입제한을 하지 않으며 국경무역 수출품중
옥수수 대두 텅스텐광석에 대해서만 수출허가권을 행사키로 했다.

또 가전제품 승용차 오토바이 화장품 음료 담배를 제외한 여타 국경무역
수입품목에 대해 수입관세 50%감면혜택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하얼빈시의 한관리는 "하얼빈시는 단순한 국경무역도시들을 지휘 감독하는
총괄도시가 아닌 동북아교역의 중심지"다며 "이미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한
조치가 마련됐다"고 강조한다.

국경무역 경제합작구내에 설립된 외국투자업체는 이윤발생 초년도부터
5차연도까지 기업소득세전액을 면제하고 6차연도부터 기업소득세율 20%를
적용 과세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중국정부의 국경무역발전조치에 고무돼 흑하와 블라고베스첸스크
사이의 아무르강 대교건설등 사회간접자본설비 건설도 본격화되고 있다.

하얼빈시에서 45인승 프로펠러비행기로 각각 1시간30분~2시간 떨어져 있는
가목사 흑하 수분하가 한국에는 중국 러시아 북한등 3개국을 잇는 교역센터
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한국기업인들의 하얼빈출장이 근래들어 잦아지고 있다.

물론 일본 홍콩 대만기업들의 하얼빈진출을 위한 걸음도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적게는 국경무역 마켓셰어확보를 위해, 크게는 동북아경제권탄생을 대비해
하얼빈 가목사 흑하 수분하지역 선점을 위한 각축전이 바야흐로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얼빈=최필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