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지난 86년10월 사망설로 한바탕
소동이 있은지 8년만에 김일성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정확한 사망시간은 8일 새벽2시로 북한방송은 만34시간이 지난뒤에야 이
사실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알려진바에 따르면 우리정부는 김일성사망
소식을 북한에서 발표한 9일 낮12시까지는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경위야 어떻든간에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일성
사망이라는 엄청난 사실을 우리 정보기관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면
우리의 대북정보수집능력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 볼수 밖에 없다.

한반도에서 김일성의 신변이상만큼 중요한 정보가 또 있겠는가. 이번
뿐이 아니다. 지난 86년의 김일성사망설이 전국을 뒤흔들었을때도
마찬가지였다.

그 당시 정보의 진원지는 서울로 외신들이 서울발기사로 일제히 김일성
사망설을 보도하자 예산안을 다투던 정기총회에 당시 이기백국방부장관이
참석, 김사망설을 보고하기에 이르렀다. 일국의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확인한 "김일성 사망"을 믿지 않을 국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죽었다고 믿었던 김일성은 며칠후 평양의 순안공항에 나타나
몽골총리를 영접했다는 외신이 타전되면서 세계적인 오보로 끝나고
말았다.

이같은 해프닝은 당시 오산미군기지에 있는 대북감청소에 근무하던 한
미군병사의 실수에서 비롯됐음이 그후 밝혀졌다.

북한방송과 통신을 감청하던 이 미군병사가 "김일성피격"이라는 북한
방송을 수신하자 본토정보채널과 연결된 코드를 눌렀는데 그 과정에서
실수로 "정보확인중"코드대신에 "정보확인필"코드를 눌렀다.

미국정부당국은 이를 근거로 한국에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이같은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우리 정보원의 대미의존성을 나타내는 한 예로 우리의 정보수집능력에
대한 문제점과 정보수집체계의 자립성을 일깨워주는 교훈이 되었다.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북한에서 일어나는 커다란 사건을 전혀
모르고 있음이 또 다시 밝혀졌다. 물론 북한 사회의 폐쇄성으로 인해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서방국가들도 몰랐다고 자위할 수 있겠지만
"김일성사망"은 그들 서방국가 보다는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수
있는 사건이다.

때문에 다른 모든 국가는 모르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알았어야 할 정보
였다. 우리는 155마일 양쪽으로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민족이다.

이같은 상황에 놓인 우리로서는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첨단정보망의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래야만 우리의 안전과
번영이 보장되고 통일이 가까워 질수 있기 때문이다.

오 평 환 <경기도 부천시 중동 신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