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논단] 비용때문에 통일을 늦추는가 .. 고병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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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병 익 <전서울대총장 동양사학>
독일이 40년동안 동서로 분단되어 대립하다가 갑짜기 합쳐져서 통일된
일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었고,특히 한국인에게는 두가지 면에서 커다란
충격과 교훈을 주었다.
하나는 도대체 아무도 예상못했던 통일이 그렇게 갑작스럽게 올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1988년 여름 필자는 동독의 와이마르시에서 있었던 학회에 참석하면서
되도록 동독의 사정을 보려고 했는데 당시,동구권속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국가로 생각되었던 동독의 여러가지의 빈약함과 불합리함에 놀라고
말았다. 그렇다고 당장에 무너질 줄이야 물론 상상도 못하였다.
다음해 1989년 여름에 다수의 동독주민들이 항가리 첵코 폴랜드의 서독
대사관으로 몰려들어서 서독으로의 망명을 요구했을때도,또 그해 10월
동독이 건국 40주년 경축식을 소련수상 고르바쵸프의 취식아래 거행했을
때도 나는 물론 당시 어느 정치지도자도 정보기관도 또 국세정치학자도
동독의 붕괴를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드레스덴에서의 반정부시위가 커지고 또 베틀린에서 언론집회
자유등의 기본권을 요구하는 백만명의 지위가 전개되자 11월9일 철통
같았던 저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것이다.
이것으로 통일의 문은 활짝 열린것이고 그뒤는 사실상 절차상의 문제로서
양독당국과 연합국들과의 절충을 거쳐 1990년 10월3일자로 동독이 서독
으로 흡수통일된 것이다.
또 하나는 통일에 따른 서독의 경제적 부담이다. 통일은 생각할적에는
정치적 문제만이 주된 관심사였지 아무도 경제문제를 심각한 것으로
예견치 못하였다. 그러나 통일비용은 엄청난 액수가 되었다.
동독화폐를 3백% 평가절상해서 서독과 1대1로 교환토록 해주었으나,
이로서 동독의 생산이 반으로 줄고 내부시장이 거의 파괴되었으며
일자리의 3분의1을 잃게 되었다.
3백20만명에 달했던 옛 동독 산업근로자가운데 오늘날 (93년9월기준)에는
단지 80만명만이 자신의 직업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독을 흡수통일한 대가로 독일정부는 해마다 6백55억달러를 쏟아 부어야
하는데 이것은 연간세수의 4분의1을 넘는 액수이다.
서기 2000년까지에 동독지역의 생활정도를 서독지역과 같은 정도로 끌어
올리려고 한다면 대략 1조3천억달러가 소요되는데,91년의 예를 보면 실제로
5백70억달러는 거액을 쏟아 부었으나 그래도 이만한 비용을 20년도 더
계속 투입해야 된다는 계산이다.
우리도 이제는 통일을 조만간 실제로 닥쳐올 일로 생각해야 되고 또
무조건 환호만 할것이 아니라 엄청난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은
옳다.
더구나 우리는 독일에 비하면 경제력이 훨씬 취약하면서도 북한이 워낙
낙후되어 있기때문에 이를 보전해주는 우리의 경제적부담은 훨씬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가의 추산에 따르면 북한이 이제부터라도 경제상으로 개방과 발전의
정책을 쓴다면 서기2000년에 통일이 된다고 가정할때 우리는 900억달러를
쏟으면 되지만 만약 북한이 그때까지도 폐쇄적 전제주의를 그대로 밀고
나가다가 붕괴하는 날이면 남한은 2300억달러나 되는 부담을 안아야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그렇다고 엄청난 비용을 감내할 자신이 없다고 통일을 늦추어야
한다는 생각은 통일이 지니는 민족사적의의를 망각하는 것이 되기도 하고
또 사실의 인식에도 미흡함을 보여주는 것이 된다.
만약에라도 갑자기 통일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무리 비용이 들고 혼란이
수반하드라도 그 기회는 포착해야한다. 준비부족으로 혼란이 올것은
당연하다.
40여년간 유례없는 대립과 충돌,비방과 증오까지 하던 사이가 평온하게
통합될리가 없다. 통일을 향한 혼란과 몸부림은 어떤 형태로든지 곧
안정을 찾게 마련이고 주변국들도 그렇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 단계적으로 개방을 유도하고 경제 발전을 도와서
남북이 안정과 번영을 어느정도 이룬 후에 통일로 들어서야 통일이
순조롭기도 하고 비용도 덜 든다는 논의는 너무 피상적이고 안의한
논리이다.
단정되고 번영하고 균형된 두 정권이 서 있게된다면 그중의 어느 기득권
층이 자기 희생을 가져올지 모를 통일을 실제로 추진하겠는가.
국민들의 무서운 압력이 가해지든지 대규모의 반란이 일어난다면 모르지만
또 주변의 이른바 사강들도 안정된 두 정권의 대립적 존속을 마다할리
없으며 오히려 자국이 끌려들어갈지 모를 혼란을 막기위해서도 명분을
붙여 통일을 훼방할수도 있는 것이다.
통일에 소요되는 비용조달은 물론 심각한 문제이다. 세금을 올리고 채권
을 발행하고 또는 외국차관을 들여올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고도 감당
해내지 못하는 경우도 생각할수 있다.
그러나 통일위한 비용은 그때 가서 이렇게 하든지 해낼수 있는 기백과
각오가 우리 국민에게는 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오히려 통일을 위한 준비와 각오이다. 이산가족의 상봉이나 새로
생기는 이향민의 처리등과 같은 당장의 문제도 급하지만 반세기를 상이한
길로 걸어론 두 사회의 통합을 위해서는 기초적이고도 다각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실로 깊은 사려와 슬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거기에 더해서 통일의 단순히 주민과 영사를 행정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라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념과 이상을 전면에 내세울수 있는 새로운 국가를
동아시아 중심부에 우뚝하게 창건한다는 그런 각오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이 40년동안 동서로 분단되어 대립하다가 갑짜기 합쳐져서 통일된
일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었고,특히 한국인에게는 두가지 면에서 커다란
충격과 교훈을 주었다.
하나는 도대체 아무도 예상못했던 통일이 그렇게 갑작스럽게 올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1988년 여름 필자는 동독의 와이마르시에서 있었던 학회에 참석하면서
되도록 동독의 사정을 보려고 했는데 당시,동구권속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국가로 생각되었던 동독의 여러가지의 빈약함과 불합리함에 놀라고
말았다. 그렇다고 당장에 무너질 줄이야 물론 상상도 못하였다.
다음해 1989년 여름에 다수의 동독주민들이 항가리 첵코 폴랜드의 서독
대사관으로 몰려들어서 서독으로의 망명을 요구했을때도,또 그해 10월
동독이 건국 40주년 경축식을 소련수상 고르바쵸프의 취식아래 거행했을
때도 나는 물론 당시 어느 정치지도자도 정보기관도 또 국세정치학자도
동독의 붕괴를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드레스덴에서의 반정부시위가 커지고 또 베틀린에서 언론집회
자유등의 기본권을 요구하는 백만명의 지위가 전개되자 11월9일 철통
같았던 저 베를린장벽이 무너진 것이다.
이것으로 통일의 문은 활짝 열린것이고 그뒤는 사실상 절차상의 문제로서
양독당국과 연합국들과의 절충을 거쳐 1990년 10월3일자로 동독이 서독
으로 흡수통일된 것이다.
또 하나는 통일에 따른 서독의 경제적 부담이다. 통일은 생각할적에는
정치적 문제만이 주된 관심사였지 아무도 경제문제를 심각한 것으로
예견치 못하였다. 그러나 통일비용은 엄청난 액수가 되었다.
동독화폐를 3백% 평가절상해서 서독과 1대1로 교환토록 해주었으나,
이로서 동독의 생산이 반으로 줄고 내부시장이 거의 파괴되었으며
일자리의 3분의1을 잃게 되었다.
3백20만명에 달했던 옛 동독 산업근로자가운데 오늘날 (93년9월기준)에는
단지 80만명만이 자신의 직업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독을 흡수통일한 대가로 독일정부는 해마다 6백55억달러를 쏟아 부어야
하는데 이것은 연간세수의 4분의1을 넘는 액수이다.
서기 2000년까지에 동독지역의 생활정도를 서독지역과 같은 정도로 끌어
올리려고 한다면 대략 1조3천억달러가 소요되는데,91년의 예를 보면 실제로
5백70억달러는 거액을 쏟아 부었으나 그래도 이만한 비용을 20년도 더
계속 투입해야 된다는 계산이다.
우리도 이제는 통일을 조만간 실제로 닥쳐올 일로 생각해야 되고 또
무조건 환호만 할것이 아니라 엄청난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은
옳다.
더구나 우리는 독일에 비하면 경제력이 훨씬 취약하면서도 북한이 워낙
낙후되어 있기때문에 이를 보전해주는 우리의 경제적부담은 훨씬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문가의 추산에 따르면 북한이 이제부터라도 경제상으로 개방과 발전의
정책을 쓴다면 서기2000년에 통일이 된다고 가정할때 우리는 900억달러를
쏟으면 되지만 만약 북한이 그때까지도 폐쇄적 전제주의를 그대로 밀고
나가다가 붕괴하는 날이면 남한은 2300억달러나 되는 부담을 안아야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그렇다고 엄청난 비용을 감내할 자신이 없다고 통일을 늦추어야
한다는 생각은 통일이 지니는 민족사적의의를 망각하는 것이 되기도 하고
또 사실의 인식에도 미흡함을 보여주는 것이 된다.
만약에라도 갑자기 통일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무리 비용이 들고 혼란이
수반하드라도 그 기회는 포착해야한다. 준비부족으로 혼란이 올것은
당연하다.
40여년간 유례없는 대립과 충돌,비방과 증오까지 하던 사이가 평온하게
통합될리가 없다. 통일을 향한 혼란과 몸부림은 어떤 형태로든지 곧
안정을 찾게 마련이고 주변국들도 그렇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해서 단계적으로 개방을 유도하고 경제 발전을 도와서
남북이 안정과 번영을 어느정도 이룬 후에 통일로 들어서야 통일이
순조롭기도 하고 비용도 덜 든다는 논의는 너무 피상적이고 안의한
논리이다.
단정되고 번영하고 균형된 두 정권이 서 있게된다면 그중의 어느 기득권
층이 자기 희생을 가져올지 모를 통일을 실제로 추진하겠는가.
국민들의 무서운 압력이 가해지든지 대규모의 반란이 일어난다면 모르지만
또 주변의 이른바 사강들도 안정된 두 정권의 대립적 존속을 마다할리
없으며 오히려 자국이 끌려들어갈지 모를 혼란을 막기위해서도 명분을
붙여 통일을 훼방할수도 있는 것이다.
통일에 소요되는 비용조달은 물론 심각한 문제이다. 세금을 올리고 채권
을 발행하고 또는 외국차관을 들여올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고도 감당
해내지 못하는 경우도 생각할수 있다.
그러나 통일위한 비용은 그때 가서 이렇게 하든지 해낼수 있는 기백과
각오가 우리 국민에게는 있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오히려 통일을 위한 준비와 각오이다. 이산가족의 상봉이나 새로
생기는 이향민의 처리등과 같은 당장의 문제도 급하지만 반세기를 상이한
길로 걸어론 두 사회의 통합을 위해서는 기초적이고도 다각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실로 깊은 사려와 슬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거기에 더해서 통일의 단순히 주민과 영사를 행정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라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념과 이상을 전면에 내세울수 있는 새로운 국가를
동아시아 중심부에 우뚝하게 창건한다는 그런 각오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