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석유화학회사 지온의 윌리엄 패이션트 회장은 경영권을 물려받은지
불과 2년만에 적자투성이였던 회사를 북미 4대 PVC 생산업체중 하나로
성장시켰다. 비결은 다름아닌 과감한 감원정책과 다운사이징(규모축소)을
시도하고 기업전문성을 살린 것이다.

미국산업계에서는 패이션트회장을 가리켜 기업구조개편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영인의 표본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5년전만해도 평범한 실업자 신세였다. 수년간 몸을
담았던 종합화학회사 보그바르너사에서 부사장직까지 맡았던 그는 지난
89년 회사가 화학사업부문을 매각하면서 본의아니게 조기퇴직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웨스트버지니아주 주정부의 행정조직개편작업팀에 가담,녹을 받는등
한동안 경영일선에서 물러서야 했다. 그러던 그에게 지난 91년 지온의
모회사인 굿리치사로부터 지온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묵혀두었던
경영수완을 발휘할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당시 지온은 매출액 12억달러에 경영손실이 1억3천5백만달러를
웃도는 부실기업이었다. 이로인해 그는 지온의 사령탑에 앉으면서도 이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영실적을 호전시키기에는
회사경영이 워낙 악화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회사의 전체적인 경영전략을 분석했다. 이과정에서 그는 지온
이 모회사의 경영간섭으로 인해 일관된 사업방향을 가질수 없었다는 점을
발견했다.

지온은 그간 비용절감 노력보다는 신제품을 위한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었다. 또한 주력업종인 PVC보다 다른분야로의 무리한
진출시도를 반복하고 있었다.

근로자 1인당 연간매출액이 적정수준인 50만~60만달러에 비해 턱없이
떨어지는 32만달러에 머무는등 생산성도 형편없었다.

당시 패이션트회장은 "기업구조가 너무 비효율적이다.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해야한다"며 대대적인 조직개편수술을 단행했다.

"저비용 고효율"의 기치아래 전체생산인력의 30%를 감원, 현재의 1천8백
50명선으로 축소했다. 한편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인 근로자
에게는 이익금이나 자사주식을 나누어줘 근로의욕을 부추겨주었다.

관리층의 군살도 잘라냈다. 인원감축은 물론 관리자들에 주어진 개인
사무실조차 없애버렸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인사관리나 원료구매등 주변
업무를 분리시켰으며 운송 재고관리업무도 다른 전문회사들에 외주를 줘
제품생산과 품질개선에만 진력토록했다.

그는 "관리층개편을 통해 비용절감외에도 많은 부수효과를 거둘수
있었다"면서 그중 하나로 관료주의의 극복을 들었다. 관리층이 엷어지고
생산층과의 직접대면이 늘어나면서 "상명하복"대신 "상하공명"이 확산
됐다는 설명이다.

이와함께 그는 전체 8개 PVC공장중 3곳을 정리하고 전체생산능력도 25%
가량 축소했다. 그결과 현재 전체생산규모는 이전보다 줄었으나 생산량은
오히려 늘어났다. 노동생산성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그는 수익이 맞지않는 제품은 과감히 생산중단조치를 내렸다. 많은
경영자들이 일반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하면서도 기존제품의 생산라인을
고수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패이션트회장의 다운사이징이 약효를 내면서 지온은 작년 10억달러의
매출에 3천1백8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거두게 됐다. 1년전인 92년의
9억6백만달러 매출과 2천7백만달러의 영업손실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더욱이 올들어 원자재가격이 바닥세를 벗어나면서 PVC가격도 상승,지온의
경영성적은 더욱 나아질 전망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올해 지온의 순익이
3천4백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패이션트회장은 그러나 아직도 빼야할 군살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그는
올연말까지 5천만달러를 절감하고 95년에는 2천5백만달러의 비용을 추가
삭감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영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