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관념이나 정의감 없이 시류를 좇아 산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을
그런 도덕적불감증으로 내몬 당시 세태를 함께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기업인 출신작가로 소설 "거품시대"(전3권)를 펴낸 홍상화씨(54)는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주제를 이렇게 밝혔다.

"거품시대"는 88~90년 겨울까지를 배경으로 대소기업의 장들이 벌이는
욕망의 허상과 실상을 다룬 소설.

"88년부터 92년까지 5년은 30년간의 군사정권아래 행해진 억압으로 인한
정신적 피폐가 극에 달한 때인 동시에 새로운시대로 이어지는 시련의 시대"
라고 밝힌 홍씨는 "이시대를 군사문화의 거품이 한계상황에 달해 마침내
걷혀가기 시작하던 거품시대라고 나름대로 정의했다"고 제목의 유래를 설명
했다.

이 소설은 60년대 빈곤탈출 70년대 고도성장 80년대 선진국진입이라는
경제구호 아래에서 이룩된 경제성장의 상당부분이 실은 정경유착과 밀고
모함등에 의해 이뤄졌음을 드러낸다.

또 중소업체사장 이진범과 대기업2세 진성구 백운직물사장 백인홍 운동권
출신의 야당의원 권혁배등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그러한 비리의 시대가
인간을 어떻게 파멸시키는가를 그리고 있다.

홍씨는 "소설을 쓰면서 그시대를 올곧게 살았던 사람들까지 매도하게
될까봐 고민했다"며 "훗날 사람들이 이책을 읽고 그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성공이나 실패가 단지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당시 세태에 의해 좌우됐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고 털어놓았다.

"작가에게는 쓰는것 못지 않게 쉬는것 역시 중요합니다. 앞으로 일년 정도
는 한줄도 쓰지 않고 물흐르듯이 살려고 합니다. 그뒤에 그같은 일상생활
에서 얻는 경험과 풍부한 책읽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쓰고자 합니다"

홍씨는 40년 대구에서 출생,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경제과를 졸업하고 사업
을 하다 88년 48세의 나이에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88년 장편 "피와 불"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 "황제의 깃발"
"사람"등을 발표했으며 현재 "한국문학"지의 주간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