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올여름은 유난히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서울불바다"발언이 나오고 전쟁냄새를 풍기다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가
하더니 김일성사망까지가 모두 6,7월에 벌어진 일들이다.

이 와중에 이산가족재회의 꿈에 부풀기도했던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의
강제문 대표의장(71)을 서울 종로구 구기동 이북5도청의 사무실로 찾아가
만났다.

그는 제우산업 제우물산 제우주택등의 중견기업을 이끄는 회장이기도 하다.

-김일성사망뉴스를 들었을때의 심정이 어떻던가요.

<>강회장=김일성은 조국을 분단시켰고 6.25를 일으킨 전범이며 이산가족의
한을 품게한 역사적인 죄인입니다. 역사의 무대에서 드디어 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가슴이 후련했습니다. 실향민들은 모두가
같은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한동안 김일성조문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강회장=근래의 무분별한 친북용공분자나 의식화된 일부 대학생들의
작태가 개탄스럽습니다. 도대체 김일성이 누굽니까. 6.25전쟁의 전범자요,
아웅산폭파 KAL기폭파를 지령한 폭도요 북한동포를 도탄에 빠지게한 죄인
입니다.

어떤 대학에선 김일성 분향소까지 차려 놓았었다는데 학생들이 몰라도
너무 모르고, 알고 했다면 북한의 사주를 받지 않고는 그런일을 할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홍총장같은 용기있는 사람에 의해 진실이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김일성사망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일단 연기됐는데 대화상대가 김정일로
바뀌면 어떤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시는지요.

<>강회장=신뢰성이 없는 김일성과의 회담이 성사됐더라도 성과는
의심스러웠습니다. 김정일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김일성의 아들이긴
하지만 직접적인 전범은 아니라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반면 아버지만한
귄위가 없어 중대한 결단을 내리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면도
있겠지요.

-김일성사망후 20여일이 지났는데도 김정일이 아직 당총서기 국가주석이
되지 못하고 있는데.

<>강회장=북한사정을 정확히 알수야 없겠지만 김정일의 건강이 좋지 않거나
김정일체제에 불안한 요소들이 있는것 같습니다. 권력구조가 확립되지 못한
김정일과의 회담을 서둘러서는 안될 것입니다.

-최근 북한고위층인사 자제들의 귀순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강회장=북한체제가 확고부동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국민들
보다 세밀하게 알고 있을 고위층자제들이 이탈하는 것은 체제가 불안정
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겠지요. 북한 체제붕괴의 신호탄일수도 있으니까
우리도 만반의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총리의 사위는 북한이 이미 핵탄두 5개정도를 갖고 있다고 했는데
바람직한 핵문제해결책은.

<>강회장=그얘길 듣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기껏해야 1,2개정도로 생각
했는데 사실이라면 핵투명성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것 같습니다.
핵포기에 대한 반대급부의 요구가 커질수밖에 없어 난관이 예상됩니다.
관계국과의 긴밀한 협조하에 그러면서도 우리국가와 민족을 위해 양보없이
인내와 시간을 갖고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겠지요.

-원론적인 얘기로 들리는데 대화로 해결이 안될땐 어떻게 해야할까요.

<>강회장=북한핵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전쟁의 참화를 겪어본
사람으로서 누가 전쟁을 피하고 싶지 않겠습니까만 최악의 경우 싸워서라도
해결해야 합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살수 있습니다.

전쟁의 공포를 가지고 대화해서는 불리하고 대화도 제대로 안됩니다. 싸울
수도 있다는 의지를 가지고 대화를 해야 합니다. 우리가 공포를 느끼니까
북한이 "서울불바다"와 같은 망언을 하는겁니다.

-최근의 여러 정황으로 볼때 남북정상회담이 빠른 시일내 성사되기는
어려울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강회장=남북정상회담이 하루속히 성사되기를 기대하지만 의연한 자세로
대처했으면 합니다. 러시아의 6.25비밀문서공개, 조문사절논란등으로
분위기가 나빠졌지만 해야할 일은 해야 합니다.

북한의 권력구조가 확립되고 대화할 자세가 될때까지 기다려봐야겠지요.
북.미고위급회담이 재개된다니까 지켜봐야지요.

-김정일체제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강회장=어려운 문제입니다. 김정일에 대한 평가가 구구각색입니다만
20년간 쌓은 후계수업을 간단히 생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나 체제내
에 많은 모순을 안고 있기 때문에 장기집권은 불가능할것 같습니다.

-흔히 1천만 이산가족이라고 하는데 이산가족수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습니까.

<>강회장=전쟁통에 남쪽 사람들도 헤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북쪽에 고향을
둔 실향민만 7백50만명정도됩니다. 실향민은 휴전선이 가까운 황해도 평안
남도순으로 많습니다.

-남북한 자유왕래는 언제쯤 가능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강회장=오로지 북측의 태도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개혁과 개방, 이에
따른 자유왕래가 곧 북한체제의 붕괴로 보는 그들과의 타협은 예측하기가
힘듭니다.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좋은 방안이라도..

<>강회장=지난91년말 남북기본합의서, 92년 가을에 남북교류협력합의서에
서명했지요. 이들 합의서에 이산가족의 서신교환, 상봉및 방문, 자유의사에
의한 재결합등이 모두 규정돼 있습니다.

이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중국연변같은데서 만나는 경우도 있다던데요.

<>강회장=공식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이북도민회에서도 몇건 주선하기는
했습니다. 북한에도 중국과 교역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쪽에서도 연변을
다녀오곤 하니까 아는 사람들을 통해서 연락합니다.

얼마전에도 남쪽오빠가 북쪽여동생을 만났는데 3백달러를 주니까 정말
큰돈이라고 하더랍니다.

-통일은 언제쯤으로 기대하십니까.

<>강회장=예측불가능한 문제입니다. 8.15광복도 일본이 불리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 급격히 될줄은 몰랐습니다. 독일의 콜총리도 방한해서 주변
국가의 시샘으로 독일통일은 요원하지만 한국통일은 의외로 빠를수도 있다고
했는데 귀국한지 얼마안돼 독일통일이 이뤄졌습니다.

동유럽의 붕괴도 누가 알수 있었습니까.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의 통일도 부지불식간에 다가오고 있고 그것도 우리편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봅니다.

-정부는 흡수통일을 않겠다고 하는데 어떤 형태의 통일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강회장=흡수통일을 원치않는다는 김영삼대통령의 발언을 신뢰하고 북측이
대화에 성실히 응해야 합니다. 가장 현실적이고 가능한 방법은 우리정부의
3단계통일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화합 협력단계 남북연합단계 1민족1국가의 통일국가단계가 역시 가장
바람직합니다.

-언제 월남했습니까. 월남후의 생활은 어떻게 했는지요.

<>강회장=해방다음해인 46년에 월남하다가 잡혀서 해주철도경비대에 1년간
수감됐다 풀려나서 47년에 사선을 넘어왔습니다. 식구 5명이 모두 넘어
왔는데 서북청년회에 가입하고 조그만 사업을 시작해 지금의 기업으로
키웠습니다.

-이북도민회에는 언제부터 관여했나요.

<>강회장=사업을 하면서 향토사업에 참여해 평남 개천군민회장을 15년간
맡았습니다. 그후 평남도민회 상근부회장 4년을 포함해 10년간 부회장을
맡았고 지금은 평남도민회장과 이북도민회 대표의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이북도민회의 역점사업은 무엇인지요.

<>강회장=이북도민의 민주역량을 총집결하여 상호친목과 복리증진을 도모
하고 평화통일을 완수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세월이 흘러 요즘에는 2,3세
육성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통일안보의식 고취를 위한 통일연수사업과 장학사업등에 힘쓰고 있습니다.

-전쟁을 모르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으십니까.

<>강회장=재산 혈육 고향을 버리고 월남한 1세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명심하고 자유민주제도수호만이 민족과 개인을 위한 사명임을 절감하길
바랍니다.

시신까지 담보해서 남한의 분열을 획책하는 이것이 바로 공산주의입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깨달아서 경거망동하지 않고 정말
가야할 길을 가야 합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라고 하던데요.

<>강회장=성도교회에서 장로가 된지 23년이 됐고 70세이상 장로들의
모임인 전국원로장로회의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여전히 활동적이신데 건강유지는 어떻게 하십니까.

<>강회장=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이지요. 신당동집에서 아침5시에 기상하면
서울대부속병원의 테니스코트에 가서 운동하고 9시에 회사에 출근합니다.

테니스 시작한지는 25년 됐습니다.

< 대담 = 양정진 정치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