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다시 도지는 고질병처럼 우리경제의 경제력집중문제를 놓고
또 한바탕 논쟁이 벌어질것 같다.

경제기획원이 경제력집중억제와 국가경쟁력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독점
규제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지난 91년 "신산업정책"의 윤곽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경제력집중억제의
범위, 수단및 완급조절등에 대해 불붙기 시작한 논의는 새정부가 국가
경쟁력강화를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내세우면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먼저 경제력집중억제와 국가경쟁력강화라는 두가지 정책목표가 서로
상형되지 않는가라는 기본적인 문제부터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건전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경제력집중억제가
중요하다는 입장에 대해 최근에는 국제화와 경제효율의 향상을 위해서는
행정규제완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또한 우리경제가 고도성장을 하는 동안 "문어발식 확장"으로 지탄받은
무분별한 사업다각화및 외형팽창 대신 업종전문화가 강조되고 있으나
위험분산, 범위의 경제( economy of scope )등을 고려할때 어느정도의
사업다각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선진국에는 특정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다투는 기업이 많지만 반면에
수많은 분야에 다각화한 기업도 적지 않다.

결국 전문화냐, 다각화냐는 개별기업이 경영전략상 판단할 일이지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수 있다.

정부도 이점을 인정하면서도 시장자율로 교통정리되기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갈등의 뒤에는 우리경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집단이 소수의 기업주및 특수관계인들에 의해 장악되고 있으며
정부규제가 없으면 사태는 더욱 악화될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따라서 부의 편중에 따른 사회적 형평은 고사하고 우리사회의 자원배분에
대한 의사결정권이 정부에서 대기업집단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따라 금융전업군의 허용여부, 사회간접자본확충에 참여하는 민간자본
에 대한 규제완화 여부등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한 정부정책은 사사건건
제동이 걸리고 혼선이 생기는 실정이다.

그러나 여신관리 채무보증및 출자한도규제등 수많은 규제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때 그 해답은 규제강화를 추진하기보다 상속세와
증여세부과가 잘되고 있는지, 정경유착의 고리는 끊어졌는지를 살피는
쪽으로 찾아야 할것라고 생각된다.

내일의 이상을 위해 오늘의 현실을 무시할수는 없으며 시간을 두고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이 자의적인 규제강화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