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초기연대이후 우리나라의 수출을 이끌어온 한국수출산업공단이
옛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수출드라이브정책이 맹위를 떨치던 지난 75년부터 88년까지 전체수출의
10%이상을 떠맡으며 해외시장의 첨병역할을 다했던 수출산업공단. 그러나
89년이후 그몫이 해마다 줄어 작년엔 6. 8%로 위축됐다.

수출공단은 현재 인천 남동공단을 포함해 면적 4백만평,입주기업체
2천4백58개사,고용인원 10만2천명에 이르는 비대한 몸으로 커져있다.

그러나 노동집약적이고 노후화된 업체들이 대부분이어서 생산 수출이
한계에 직면,구로공단을 주축으로한 수출산업공단은 이젠 환골탈태의
혁신이 불가피한단계를 맞고있다.

12일로 창립30주년을 맞는 오늘의 공단모습이다.

국내 최초의 수출산업기지인 이공단은 제1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2차년도인 지난 63년 한국경제인협회내 수출산업촉진위원회 설치와 함께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의 건의에 의해 구로에 설립됐다. 당시 입주업체는
25개사,59만평 규모였다.

64년부터 6년간 구로1,2,3공단과 부평 주안공단,인천 남동공단이 잇달아
조성되면서 공단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71년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뒤 75년 10억달러,81년 20억달러를 넘겼고
88년엔 수출실적이 56억달러를 기록,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89년이후 고임금 인력난등으로 수출이 정체되면서 작년엔
56억달러에 머물렀다.

고속성장기때 눈여겨 보지않았던 구조적인 병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초 공단측은 금년 수출을 지난해보다 10%이상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목표달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6월말 현재 공단산하
4개공단의 수출실적은 26억6천만달러로 작년동기보다 4.8%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국공단 평균수출증가율 13. 7%에도 크게 뒤지는 것이다.

수출부진이 장기화되자 휴.폐업체수도 늘어나고 신규분양중인 남동공단의
경우 입주포기사태도 발생하는등 공단으로서의 매력을 잃고있다.

입주업체들의 가동률은 88년의 89%를 정점으로 해마다 떨어져 현재는
84%에 그치고 있다. 구로공단의 경우 3백여개 가동업체중 43%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고 특히 섬유업체들의 인력난은 거의 한계를 맞고있다.

공단직업훈련원,인력은행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별 보탬이 안되고 있다.
3D업종등 생산직기피 현상의 사회적 문제까지 대두되면서 인력난은 이제
치유하기 어려운 골치거리가 되고있다.

공단이 이같이 어려움에 빠지자 정부가 발벗고 나서고 있다. 정부가
구로공단을 첨단산업단지로 재개발키로 한 것이다. 서울 시내에 있는
유일한 공단인구로공단을 굴뚝없는 테크노파크로 개발,첨단업종의 연구소
및 생산기지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용역연구를 맡은 서울시립대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상공자원부가 시행
방안을 확정,기존업체의 지방이전문제등 추진계획을 곧 발표할 전망이다.

그러나 공단측은 정부에만 기댈뿐 자체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게
입주업체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구로단지를 공업지역정비지구로 지정하기 위한 관계법령의 개정이
시급하고 재개발계획을 집행 감독할수 있는 기구및 인력확보도 뒤따라야
한다.

부평및 주안공단과 남동공단을 중소기업전문단지로 재정비하는 작업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한국수출산업공단이 지난날의 영예를 되찾고 새모습으로 탈바꿈하려면
치밀한 준비와 무리없는 추진력이 필수적이 되고있다.

창립30주년을 맞는 공단이 앞으로 할일은 이래서 더욱 커지고 있다.

<문병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