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분규가 장기화되고 있는 현대중공업 사태는 노사 자율협상에 의한
타결이 왜 불가능한가.

우선 노조의 요구가 너무 비현실적인데서 요인을 찾을 수 있다.

현재 남아있는 쟁점사항은 노조가 주장하는19개항과 회사측이 요구하는
4개항등 23개조항이다.

이들 조항 가운데 노조가 요구하는 유니온숍제 도입, 징계위 노사동수
구성, 노조전임자 확대, 퇴직금 누진제 등은 인사,경영권에 관한 조항
이거나 국내기업들이 거의 채택하지 않는 선진조항들이어서 회사측의
수용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이들 쟁점사항들 이외에도 임,단협과 전혀 무관한 해고자
복직문제를 들고나와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지난달 23,24일 이틀간 열린 시한부협상에서도 무노동무임금 철회,고소
고발취하등 노조가 파업의 댓가로 불이익을 당해야하는 원칙적인 문제들을
협상안으로 제시,또다시 협상을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여기에다 회사측의 완강한 태도도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회사측은 올해만은 반드시 원칙에 입각,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분규가 해마다 발생하는 것은 파업기간중의 임금을 일시불 형식으로
지급,"파업을 해도 손해볼것이 없다"는 인식이 근로자들사이에 확산된
때문이라는게 회사측의 시각이다.

따라서 회사측은 올해만은 무노동무임금원칙을 철저히 고수해 노조의
그릇된 인식을 고쳐놓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노사양측의 이같은 기류는 물밑접촉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고자복직,고소고발취하등과 단협,임금협상등 본질적인 부분에는
내부적으로 의견접근을 이루었다는 것.

특히 회사측의 장기간 직장폐쇄조치와 무노동무임금원칙 고수 천명으로
노조가 "전의"를 상실한채 거의 백기를 든 상태이기때문에 노사가 약간만
양보하면 협상타결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노동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회사측도 분규가 장기화되면서 막대한 생산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현대
중공업=노사분규"라는 이미지가 국민들사이에 확산돼 하루빨리 이를 마무리
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노사협상이 어려워지는 것은 정부측의 태도가 불명확하기 때문
으로 노동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이사태를 노사자율에 맡기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보이지않게
개입하고 있어 협상타결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것.

회사측이 아무리 협상태도가 완강하다해도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노조와의 협상을 외면하지는 않으리란 얘기다.

이와관련, 노동부관계자는 "청와대가 처음에는 공권력개입등 강공책으로
나오다 언제부터인가 노사자율로 방침을 바꾸어 현지 정부관계자들도
혼선을 빚고 있다"며 "특히 청와대비서진들이 회사측에 협상의 여지를 거의
주지않는등 사실상 정부의 개입이 이루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측이 명분으로 내세울수있는 대안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도록 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는것.

노동부도 이에따라 8일오후 현대중공업사태와 관련,대책회의를 갖고
그동안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고수토록하면서 회사측에 대해 너무 협상의
여지를 주지않았던 점을 지적하고 회사측이 명분있는 대안을 만들어 협상에
나서도록 촉구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특히 그동안의 자율협상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회사측이 노조와의 협상카드를 만들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으로도 노사자율타결을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장기간 파업을 통해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뭔가 얻어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하나 회사측의 태도를 감안할때 노조가 얻어낼것은 없고 그렇게
되면 노조가 협상을 타결시킬리는 만무하다는 것.

정부가 나서서 긴급조정권등을 통해 해결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그래야 노사양측에 체면과 명분을 살려주면서 협상을 타결시킬수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노조집행부는 비록 적게 얻으면서 협상을 타결하더라도
그탓을 정부측에 돌릴수 있어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차릴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뭏든 현중사태는 이제 정부개입없이 자율타결이 거의 불가능한것으로
노동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윤기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