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병 주 <서강대교수>

우리는 흔히 크고 작은일에 있어서 명분과 실리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명분과 실리 사이의 대상관계에 따른 이러한 고민은 국가정책에서도
존재한다.

새정부는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한다. 문민정부는 과거와는 결별을 분명히
보여주는 준혁명적 발상과 조치를 필요로했다. 그 결과가 일련의 과거
응징적 사정 개혁조치들이었고 그 일환으로서 금융거래실명제가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공표 실시됐다.

당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말현재 4만9천건의 차명계좌(금액기준 약
3조5천억원)가 실명화되는 실적을 거두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두가지 문제에 관심을 모아보기로 하자. 첫째의 문제로
금융실명제의 기본목적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다. 일반적 인식은 불로소득
의 근절에 있다고 한다. 그러면 불로소득이란 무엇인가.

금융재산은 모두 불법 탈법의 결과이며 그 소득은 부당소득인가. 요즘
위세를 떨치고 있는 이른바 국민정서에 따른 개념정의는 이상의 모든
것을 포괄하는 산술평균적 평등주의를 지향하고 있는듯 하다.

이를 인기영합적으로 수용 추진하는 것이 정부입장이라면 오늘날
국제경쟁속에서 생존번영해야 하는 현대시장경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의문시된다.

이 문제에 대한 경제철학적 의문에 정부의 분명한 답변이 없는 상태다.
이와아울러 현정부는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경제주체들의 동기부여에 대한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

사람은 결코 명분만 먹고 살지못한다. 적어도 경제활동에 있어서는 명분
보다는 실리추구가 보장되어야 국민의 경제활동이 왕성하게 발휘된다.
따라서 금융실명제는 실리를 저버리지 않는 테두리안에서 명분을 추구
하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의 문제는 금융실명제의 효과를 어디까지 보느냐이다. 지하경제는
체제여하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디서나 존재했다.

따라서 그것의 근절에 목적을 둔다면 실패는 보장되며,어느정도의 축소에
목적을 둔다면 다소간의 성공을 확보할수 있다. 아울러 금융실명제는 그
효과가 장기에 서서히 나타나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현 정부 임기내에 저소득층에 분명한 재분배효과가 눈에 보이도록 추진
한다면 역시 실패를 자초하게 마련이다. 96년 종합과세에 앞서 자산보유자
가 안심하고 포트폴리오를 국내 "금융자산"형태로 운용하도록 소득세율
인하, 비밀보장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제까지의 정부조치는 주로 세제측면의 관점에서 주로 다루어져온 느낌
이다. 앞으로는 금융관점의 접근법으로 보강돼야 한다.

현대경제사회는 다양한 계층의 상이한 이익추구가 충돌하며 한편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한다.

어느계층 한편이 꿩먹고 알먹는 방식으로 최상의 제도를 요구하고 정부가
이를 충족하려다 보면 현실적으로 무리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제도는
미완성으로 느껴지는 구석이 있어야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