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세계 카드시장은 다이너스 아멕스같은 기존의 전통카드 브랜드의
퇴조와 함께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등 양대 미국계 브랜드의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발전해 가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와 마찬가지로
흡사,국제브랜드카드의 전시장과도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물론 결제수단으로서의 편리성이 강조되어야 하는 신용카드의 성격상 후발
주자로서 이미 국제적인 경제통용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국제브랜드와의
제휴가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나 그동안 국제브랜드카드의 확산과 더불어
국내고유브랜드의 비중이 급격히 감소되어 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88년의 경우 국내 총카드발급수는 약3백82만장이었으며 이중 국내외
겸용카드 즉 마스터 비자 다이너스 아멕스등 국제브랜드와 제휴하여
발행된 카드의 비중은 42만장으로 약 11%에 불과했다.

그러나 94년3월말 현재는 총카드발급수 약1천9백80만장중에서 1천1백39
만장으로 약57.5%를 차지하고 있어 88년에 비해 무려 5배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의 총카드발급수가 3배이상 증가한 것에 비하면 국내신용카드
산업의 성장이 바로 국제브랜드의 확산에 주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이러한 측면만을 고려해 본다면 국내카드산업의 국제화정도는 상당한
진척단계에 와 있다고도 볼 수 있으나 한편으로 이것이 과연 진정한
국제화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수 없다.

왜냐하면 국내에서의 국제브랜드카드 급증양상은 상대적으로 국내
고유브랜드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국내카드산업이 멀지 않아
국제브랜드카드의 시장지배하에 놓일수 밖에 없음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즉 취약한 기반을 갖고 있는 국내카드산업으로서는 향후 이들의 과다한
로열티지급및 가맹점 개방등의 요구에 수동적일 수 밖에 없으며 이들의
일방적인 정책결정에 따라 국내카드산업이 지배됨으로써 결국 외화유출의
증가와 영업기반의 상실등 국가 전체적인 폐해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신용카드산업은 이러한 위기적 상황에 대비하고 국가경제에의
기여와 국민생활수준의 향상이라는 본연의 목표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이에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우선 지금까지의 국제화에 대한 개념부터 시급히 재정립해야 하겠다.

국제브랜드와의 제휴를 통한 기존의 소극적이고 비정상적인 국제화가
아닌 국내고유브랜드의 개발과 육성을 통한 해외진출의 여건조성이라는
진정한 의미의 국제화로 방향을 전환해야만 할것이다.

일본의 JCB카드와 유럽의 유러카드의 예에서 볼수있듯이 고유 독자브랜드
의 고수와 이를 기반으로 해외진출의 모색이 적극적으로 강구되어야만
하겠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 정치 문화수준의 국제적 위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단기간내에 실현될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 하더라도 연간 해외
여행객이 3백만명에 육박하고 해외에서의 신용카드 이용액이 5천억원을
상회하는 국내사정을 고려해 볼 때 이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등 아시아경제권을 대표하는
공동카드브랜드의 창출도 하나의 방안으로 고려해볼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국내카드산업은 이러한 국제화전략의 바탕위에서 대외경쟁력을
배양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

저금리의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외국계은행의 국내신용카드업 진출은
상대적으로 열세의 경영여건 구조를 갖고있는 국내신용카드업계에 가히
위협적이라 하지 않을수 없으며 특히 고객들의 이탈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카드업계는 상품과 서비스,정보시스템부문에서의 경쟁력을
시급히 확보해야만 하겠다.

다양하고 특화된 신상품의 개발과 범용성의 확대,신속.정확한 서비스의
제공, 그리고 정보시스템의 확충을 통한 선진카드시스템의 구축등으로
회원과 가맹점으로부터 진정한 만족을 유도해 내고 이익의 사회환원을
통한 공익기능의 강화등으로 신용카드에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켜
나감은 물론 전문인력의 양성등에도 적극 힘써야 할것이다.

이렇듯 카드산업의 국제화는 궁극적으로 국내고유브랜드의 지속적인
육성과 대외경쟁력의 강화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출발한다고 하겠다.

비록 아직까지 이에 대한 업계 정부 국민 모두의 인식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나 국가이익과 고객이익의 보호차원에서 신용카드업계는
이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막상 지금부터라도 국내카드업계가 기존의 국제화전략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와 아울러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새로운 시각에서의 접근과 시도를
단계적으로 일관성있게 추진한다면 진정한 카드산업의 국제화는 충분히
앞당겨질수 있으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