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세영 <경희대 한의대 교수>

어느 직장에서의 대화. "이봐 미스터 김 도대체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
거야? 일을 그 따위로 하고 말이야" "미스터김,과장님께 꾸중 한번 들었
다고 뭘 그러나,자 기운을 내라구""내참 그렇게 정력적으로 일한다고 월급
더주나?" 이 짧은 대화 한토막에는 한의학에서 사람의 3가지 보배라고
일컫는 "정 기 신"에 관한 의미가 일목요연하게 함축되어 있다. 사람의
사유활동과 같은 제반 정신작용이 신이고,생명활동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기라 한다면,이 신과 기가 작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바로 정이라 할수
있다. 다시 말해서 어떤 물질의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요소를 "정수"다
"에센스"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 처럼,인체의 근본이 되는 가장 소중한
물질은 바로 정인 것이다. 이 정은 선천적으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이후
후천적으로 계속해서 보충을 받으니,후천적 정은 음식물이 소화기를 거쳐
붉은 피로 변한 다음 피 중에서도 가장 에센스가 화생된 것이다.

현상적으로 직접 관찰할수 있는 정은 남성의 정액,여성의 유즙이라할 수
있으니 이런 이유로 한의학에서는 남성의 음경이,여성은 유방이 근본이
된다고 보고 있다. 비유컨대 붉은 피)에서 유백색의 정이 화생되는 것은
적포도주보다는 백포도주가 장기적 숙성이 필요한 것과 유사하다고 하겠다.

정은 그야말로 중차대한 생리적 기능을 갖고 있으니,뇌를 비롯하여 골수를
충양하고 이목구비의 시청언동이 가능하게 하며 피부 치아 모발등에 영양을
줄 뿐 아니라 아기의 탄생을 위한 생식에도 관여하고 있다. 사랑스런 아기의
탄생을 "부정모혈을 받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남성에게 있어서 정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수 있다. 정을 잘 간직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음은 당연하니 보정하는 음식을 잘 섭취해야 한다. 쌀미와 푸를청이 결합
된 글자라는 것에서 알수 있듯 보정음식으로는 곡식과 채소가 가장 알맞다.

음욕을 품고 몬도가네식 음식섭취에 열을 올리면서 정력을 운운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 정신빠진 짓임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