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주도로 시작된 러시아 경제개혁이 벌써 3년가까이
되고 있다. 과감한 경제의 시장화개혁은 외형상 그런대로 진전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업의 민영화는 거의 70%가깝게 달성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으며 토지의
사유화도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또한 서방세계에서와 같은 주식시장
도 있으며 외국기업도 다수 진출해 있다.

이같은 시장화의 외형적인 "흉내"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현재 경제상황은
전체적으로 암울하다. 아울러 러시아의 경제가 가까운 시일안에 이러한
혼돈에서 벗어나리란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국내총생산(GDP)과 공업생산의 연속적인 두자리수 마이너스성장,세자리수나
되는 살인적인 인플레, 미화1달러에 2,000루불이 넘는 루블화의 폭락은
러시아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그대로 설명해주는 지표들이지만 보름전 터진
MMM사의 도산사건 하나만으로도 러시아 경제의 혼란상은 충분히 설명되고도
남는다.

시장화기대에 따라 형성된 버블경제로 러시아 최대의 투자회사였던 MMM의
주가는 한때 주당 12만5,000루블까지 폭등했다가 1,000루블이하로 폭락했다.
투자자들의 항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법규 미비로 고객에 대한 손실
보상의 길은 막혀 있다. 모스크바에 있는 이회사 정문앞에서는 연일 집회가
열리고 있는데도 한편에선 여전히 주식을 사려는 사람도 있다니 이해못할
일이다.

러시아정부는 개혁경제의 부진으로 야기되고 있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금년봄 부터 경제비상조치 등을 검토해 왔다.

파국적인 상황에 처한 경제가 비상조치로 치유될리는 만무하지만 정부가
긴급조치의 일환으로 대규모 투자유인책을 동원하기로 한것은 다행한
일이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경제구조 개편계획은 경제회생을 위해 총
4조2,000억루블(20억달러)규모의 신용대출을 약속하고 있다. 공업과 농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이같은 자금지원계획은 긴급수혈과 같아 어느정도의 효과는
기대할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투자계획이 제대로 이행될 것인지가 문제
이다. 또 설사 이행된다고 해도 그것이 과연 러시아 경제를 회생궤도에 올려
놓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런 의문은 기업의 민영화과정에서 이미 극명하게 드러난바 있다. 국영
기업이 민영화되어도 인원정리등 실질적인 경영합리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러시아 경제의 회생을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하경제의 축소에 있다.
시장화를 위한 법령의 정비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러시아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국내기업들은 풀리지 않는 러시아 경제난의 깊이와 장래에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