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97년 미술시장 완전개방을 앞두고 아트딜러(Art Dealer)제의 도입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개방화 국제화시대를 맞아 화랑경영 전시기획 판매등을 화상 혼자서
떠맡는 전근대적인 운영에서 벗어나 고객관리와 판매부문을 전문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트딜러란 미술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미술품을 판매하는
직업으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미술시장 전체매출액의 대부분이
이들에 의해 이루어질 정도로 정착돼있는 직종이다.

특히 미술품설명과 상담등 애호가들에 대한 각종서비스제공으로 고객욕구
충족과 함께 미술의 관심을 유도함으로써 잠재고객을 개발, 미술인구의
저변확대를 꾀할수 있다는 점에서 딜러의 육성과 활용은 국내미술계에
절실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는 극소수인 실정.

현재 딜러제를 도입중인 화랑은 서울청담동의 박여숙화랑, 서초동의 삼풍
화랑, 논현동의 가나아트영동점(신세계백화점내), 인사동의 혜나켄트갤러리
등에 그치고 있으며 동숭동의 동숭갤러리, 신세계갤러리, 갤러리포커스등은
과거 딜러를 뒀던 화랑들.

특정화랑에 속하지 않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딜러도 4,5명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비공개적으로 컬렉터들과 접촉하기 때문에 기존의 미술품
중개상(일명 나카마)과 구분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딜러제가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술품시장규모가 작은데다
그간 대부분의 화랑들이 한정된 컬렉터를 대상으로 공개보다는 비공개적으로
거래를 해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화랑에서는 "미술품 "영업사원"을 고용한다는 것은 화랑과 고객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

또 화랑내에 딜러를 뒀다하더라도 미술품거래의 비투명성때문에 화랑주인과
딜러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는것도 딜러제도입을 꺼리게 되는 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한 미술인은 "선진적판매기법등을 앞세운 외국미술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화랑의 전근대적인 운영에서 탈피, 보다 능률적이고 전문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화랑들도 불황을 탓만 할게 아니라 뭔가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 타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일하게 "오는 고객"만 기다리지말고 딜러제를 도입하는등 화랑경영의
전문화를 통해 신고객을 창출, 미술시장을 넓혀 나가야 한다는 것.

박여숙화랑의 박여숙대표는 "미술인구가 계속 확대돼가는 추세에서 단순히
미술품을 파는것을 떠나 작품설명과 상담등 고객에게 서비스를 한다는
차원에서도 딜러제는 필요하다"면서 "문제는 아직까지 국내에 투철한 직업
의식을 갖고 딜러를 할만한 사람이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딜러는 ''미술대중화의 매개체''가 될수 있다"고 밝히고 "국내
에는 딜러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 안돼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미술인구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신재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