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하산업(대표 전순기)은 부산 당감동에서 종업원 1백5명을 두고
혁제운동화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대부분의 신발공장 라인길이가
75m정도이나 이회사의 라인은 45m남짓이다. "미니라인"이다. 지난 89년
창업한 광하는 월평균 60~70만달러어치의 신발을 수출한다.

물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수출이다. 캥거루스 뉴밸런스 등
6개의 바이어에 신발을 공급하고있다. 회사측은 선별수주를 하고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장사가 잘된다는 뜻이다.

대형신발공장이 업종전환과 부도등으로 공장문을 잇따라 닫고있는 부산
지역엔 광하산업과 같은 미니라인들이 부쩍 늘고있다.

올들어 부산지역엔 최소한 30개이상의 미니라인이 새신발공장으로 출범
했다.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신발업계를 강타했던 지난 3~4년동안 적어도
1백개이상의 미니라인들이 "불씨"처럼 부산지역에서 피어났다는게 신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니라인들이 이처럼 "붐"을 일으키는 것은 대형업체의 해체에 따른
"헤처모여"성격이 강하다. 그렇지만 미니라인은 대기업의 대형라인에선
찾아볼수없는 힘을 갖고있다.

소량다품종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쉽다. 광하산업의 경우 1백50켤레의 신발
주문도 받는다. 샘플은 아니다. 바이어들이 마케팅전략상 필요하다면 적은
물량이라도 곧바로 만들어 준다. 계절상품같은 경우다. 이러니 바이어가
딴데로 갈 리가 없다.

소량다품종 주문에 유연히 대처하기위해선 종업원들의 숙련도가 중요
하지만 부산에서 숙련된 종업원을 구하기가 아직은 괜찮은 편이다.

나이키 리복등 미국의 양대바이어가 한국을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한국신발의 생산기술"을 높이 사고있어서이다. 나이키 거래선중 태광실업
세원등은 금형기술을 바탕으로 높은 개발력을 자랑한다.

이때문에 국내에서 대량생산시대가 막을 내려도 한국시장에 대한 바이어
들의 관심은 적어질수없다. 바이어들은 이들 국내업체를 "R&D"센터로
여긴다.

대량주문은 해외로 돌려도"개발기지"로서의 한국, 즉 부산은 결코 버릴수
없다는 생각들인 것같다. 이런 전망속에서 미니라인이 부산신발을 대체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있다.

소량다품종생산방식이어서 바이어가 스스로의 입맛을 맞추면서 주문을
낼수있다. 미니라인업체도 외부환경변화에 적응하기쉽다. 중견업체들도
바이어들의 주문이 줄어들면서 미니라인화하고있다. 라인의 길이를 줄이는
미니화는 아니지만 전체라인수를 줄여나가고있다. 타율적인 재편인셈이다.

대형라인으론 더이상 생산성향상을 기대할 수없어 미니라인이 한국형
신발산업의 모델로 정착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송양수한국신발연구소기획실장은 "적기공급과 생산관리가 손쉬운 미니라인
이 확산되고 있다"며 "미니라인이 90년대 하반기이후의 한국신발산업의
전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라고 말한다.

송실장은 미니라인이 대세라면 이들업체를 협업화, 신발산업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도 아식스 미즈노 등 간판브랜드가 있지만 "인건비"를 견디지 못해
신발수입국으로 전락했다. 그래서 한국형 신발생산체제를 구축해야 하며
그 가능성이 미니라인이다". 한 신발업체사장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