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획원이 19일 한국개발연구원의 입을 빌어 밝힌 95년도 예산편성
방향은 "세금은 가능한한 많이 걷되 아껴 쓰겠다"는 말로 요약할수 있다.

내년에 경기과열을 막기위해 지출을 줄이면서도 통일에 대비해 재정
규모를 늘려나간다는 두가지 목적을 겨냥한 것으로 볼수 있다.

우선 늘어나는 재정수요에도 불구하고 국채상환을 통해 과거 소홀했던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을 강화하려는 것은 일단 선진국형 재정운용을
시도한 것으로평가를 받을 만하다.

경제흐름을 도외시한 채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규모를 늘리거나 줄였던
"고무줄 편성"에서 벗어나려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기획원은 내년에도 경기가 호조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DI의
전망치를 보더라도 7.6%의 성장에 물가는 6%를 웃돌 것으로 예상돼 물가
불안이 걱정되고 있다.

더군다나 내년에 4대 지방자치선거가 실시되는데다 해외부문의 통화증발
마저 겹쳐 있는 상황이다.

일반회계 세입을 모두 세출에 사용할 경우 총수요확대로 인플레 압력이
가중된다는게 기획원의 판단이다.

그래서 우선 내년에 일반회계세입의 1-2%인 5천억-1조원의 국채상환을
계획하고 있다. 이른바 흑자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언젠가는
반드시 국가가 갚아야하는 양곡증권채무를 정리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을 강화하려는 것은 앞으로 금융정책수단
만으로는 경기조절기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는 96년에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게 되면 대외개방이 확대돼 통화 환율정책을
재량껏 사용할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회계의 세입의 1-2%를 국채상환에 돌린다고 해서 경기과열을
막는데 얼마나 효과를 낼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회간접자본등 공공건설예산은 줄일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사회간접자본예산은 오히려 크게 늘릴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흑자예산편성을 통해서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을 강화한다는
목표는 "상징적인 의미로 인플레 기대에 영향을 미칠수 있을 것"
(유일호KDI연구위원)이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정부가 국채상환예산을 편성하면서도 세입을 줄일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에 대비해 재정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경제계획에서 제시된 수치(97년 22. 5%)에는 미치지 못하나 현재 19%
대인 조세부담률을 95년에 20.5%로 높이고 97년까지는 21.5%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예기치않게 통일이 앞당겨질 경우 국채발행등으로 필요한 재원을 조달
하기위해서도 현재 안고있는 국가채무를 상환할 필요가 있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내년 예산에서 일반회계세입의 1-2%를 떼내 국채상환을 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를들면 재정이 튼튼한 독일도 통일 이후 조세부담률을 높여 나가고
있으나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통합재정수지 적자규모가 89년엔
GNP의 0.1%로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93년에는 5.4%로 급증해
몸살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다.

KDI는 한국의 경우도 통일비용이 독일과 비슷한 1조달러선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규모의 통일비용를 부담하기 위해서도 지금부터
양곡증권등 국가채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