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연금이 시판되기 3일전인 지난6월17일오전 삼성화재 본사 국제회의실
에는 기획 재무 총무등 지원부서 대리급이상 관리자 3백여명이 긴급
소집됐다.

그리곤 직원들은 이종기부회장의 선창을 따라 "내가 먼저 지원한다"는
구호를 연신 외쳐댔다. 개인연금 판매신장을 위해 영업일선을 지원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은행 생보와의 첫 격돌을 눈앞에 둔 이날 아침일찍 이부회장는 본사
각부서를 돌며 준비상황등을 점검하면서 문제가 터졌다. 상품안내장이
창고에 가득 차있었고 직원들은 영업일선을 돕기 위해선 무슨 일을
해야할지 잘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부회장은 즉석에서 회의소집명령을 내렸다. 대리급이상 모든 관리자
들의 전원집합이었다. 집합이 끝난후 시판일인 20일이전 상품안내장이
전국 모든 점포에 배포, 모든 채비를 끝냈다. 그리고 2개월여만에
삼성화재는 개인연금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했다.

손 생보사간의 첫번째 격돌장이 된 개인연금시장에서 삼성화재를 필두로
한 몇몇 손보사의 약진은 올해 보험업계의 빅뉴스 10에 들어갈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영역을 가르는 벽이 허물어지지 않았지만 개방화 자유화추제는
손생보겸업시대를 예고하는 가운데 객관적인 전력이 열세라고 평가되었던
손보사의 선전은 앞으로 양업계간의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화재의 개인연금 실적은 7월말현재 1백4억4천만원의 보험료를 기록
했다. 손 생보사를 통털어 삼성생명(1백11억5천만원)에 이은 2위에 랭크된
것이다. 대형생보사인 대한(73억4천만원) 교보(60억7천만원)를 제친
사실이 밝혀지자 보험업계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교보 대한 뿐만 아니라 흥국 제일등 기존생보사들은 삼성화재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삼성화재가 개인연금의 강자로 부상하게 된
비결은 과연 무엇인가라는 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영업조직에 시상금을 걸고 외형을 늘리는 재래식 판촉전략으로
1달여만에 1백억원이상의 보험료를 거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흥국생명 정성택상무)는 점을 보험업계는 잘 알고 있다.

또 같은 계열인 삼성생명을 의식해서라도 그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그러면 삼성화재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삼성화재의 영업조직은 대리점과
설계사를 합쳐 1만3천여명. 3만5천-4만명의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생보사에 비해 3분의 1수준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결국 삼성화재의 조직생산성은 이들 대형생보사보다 3배이상 높다는
사실을 숫자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대해 생보사들은 수긍을 하지 않는다.

강도높은 교육을 시키고 우수한 인력을 끌어모았어도 3배이상의 생산성을
나타내긴 어렵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상품경쟁력면에선 어떤가. 삼성화재가 취급하는 노후안심보험은 손보업계
공동상품. 수익률은 은행금리에 연동시켜 현재수익률은 연 10. 6%선. 단
손보사의 특성을 살릴수 있는 교통사고등 각종 재해위험에 대한 보상을
강화했다. 이 또한 생보사의 상품과 비교해 크게 나을게 없다.

보험영업의 양대 기둥인 조직과 상품이 경쟁타사에 비해 나을게 없는
얘기다.

생보업계 일각에선 이같은 추론이 나오고 있다.

손보사의 주력은 자동차보험이다. 기존고객층인 자동차보험계약자의
개인연금 가입능력은 생보사의 타켓고객층보다 효율적일수 있다. 게다가
자동차보험과 개인연금은 성격이 다르다. 생보사 영업조직이 기존 고객
층을 공략하는 것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시장개척이 수월하다.
(대한생명 지범하상무)

삼성화재측도 개인연금시장의 초기 선점이 성공한 요인으로 <>전조직원의
교육강화 <>70억원의 전산시스템 투자 <>자동차보험계약자에 대한 전략적
공략등을 꼽고있다.

그러나 삼성화재의 성공을 단언하긴 아직 이르다. 영업실적이 다소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체수입보험료중 3개월에 한번씩
보험료를 내는 3월납계약이 30%선을 웃돌고 있다.

생보사는 물론 한국자동차보험이나 럭키화재등 경쟁타사의 3월납비중이
"한자리수"에 머물고 있다. 그만큼 삼성의 실적은 1-2개월 앞당겨 받아
놓은 보험료가 많이 포함돼 있는 셈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지금껏 끌어온 계약을 철저하게 사후관리해 유지율을
높이는 일이다. 자동차보험처럼 계약만기후 보험료를 가입자에게 되돌려
주지않는 소멸성 보험을 주로 취급해온 손보사로서 계약유지율 관리가
발등의 불로 다가서고 있다.

이같은 지적이 비단 삼성화재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연금시장
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한 제일화재난 한국자동차보험 럭키화재등 다른
손보사들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

자존심을 걸고 대반격을 다짐하는 생보사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있는
손보사들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