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는 어떤 점에서 천주교신부와 같은 존재이다. 사제가 절대적인
함구라는 전제하에 신도의 고해성사를 받듯 변호사도 직업상 의뢰인들로
부터 절대로 입밖에 내면 안되는 비밀을 듣게 마련이다.

그중에는 비밀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공익에 상치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눈먼돈의 내막,살인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수 있는 시체의 소재지
등. 진실을 위해서는 알려야 하지만 그것이 의뢰인의 목숨을 앗아가는
결과를 낳는다면. 변호사는 갈등에 빠진다.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작가로 손꼽히는 존 그리샴의 원작을 영상화한
"의뢰인"(원제:The Client)은 바로 이같은 딜레마를 다루고 있다.

11살짜리 소년 마크 스웨이는 동생을 데리고 몰래 담배를 피우러 숲속에
갔다가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된다.

마피아에 쫓기다가 자살을 하러 왔던 한 뚱보변호사를 말리던중 최근
살해된 상원의원의 시체가 묻힌 곳을 알게 된다. 변호사는 결국 입에 문
총의 방아쇠를 당기고 동생은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린다.

마크는 이제 모두의 타겟이 되었다. 마피아의 소행으로 심증은 가지만
결정적 물증을 못잡아 전전긍긍하던 검찰은 마크의 입을 열기위해 어르고
달래는등 온갖 수를 다쓴다.

초미의 이슈인 상원의원 살해사건의 총지휘자인 연방법무관 로이
폴트리그는 정계진출에 혈안이 된 인물이다.

살해한 상원의원을 뚱보변호사의 집 보트창고에 묻은 "칼날" 배리
멀다노는 마크를 없애려고 발버둥친다.

사면초가의 마크는 단돈 1달러를 들고 여변호사 레지 러브를 찾아간다.
남편과의 이혼으로 자식마저 빼앗긴 러브는 마크에 대한 모성애까지
겹쳐 암흑가와 정치적 게임사이에 휘말린 소년의 보호에 발벗고 나선다.

러브의 도움으로 마크는 목숨을 잃지 않고도 사건해결에 결정적 기여를
한 후 마피아를 피해 제3국으로 떠난다.

법대생과 민완기자가 호흡을 맞춘 "펠리칸브리프"가 치밀했다면 변호사와
소년의 인간애가 중심을 이루는 이 영화는 따뜻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추리소설을 영화화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점에서는 두 영화가
다르지 않다. (9월3일 서울,녹색극장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