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1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내년도 예산편성에 관한
정책협의회를 가졌으며 예산편성방향을 금주초 김영삼대통령에게 보고한뒤
오는 27일부터 당정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내년도 예산편성방침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재정규모를 크게 늘렸다는
점이다. 이에따라 내년도 일반회계예산은 올해보다 15. 8% 늘어난
50조1,000억원 정도로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이 넘는 규모로 편성되며
재정투융자 특별회계도 올해보다 9% 늘어난 4조8,0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처럼 재정규모를 늘린 이유는
사회간접자본건설,후생복지증진,교육투자확대,우루과이라운드타결에 따른
산업구조조정 등으로 재정수요가 크게 늘어난데다 갑자기 닥칠지 모르는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재정규모를 늘리면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늘어날 것은 당연한데
신경제5개년 계획에서는 조세부담률을 지금의 19%에서 오는 97년까지
22%대로 늘릴 예정이다. 그렇지만 재정수요가 당장 가시화될 것은 아니며
내년에는 지방자치선거가 있고 해외부문에서의 통화증발마저 예상되기
때문에 가능한한 세출을 줄여 일반회계세입의 1~2%인 5,000억~1조원을
국채상환에 충당할 계획이다.
이번 예산편성안에서 몇가지 지적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국민의
조세부담증가에 걸맞는 공공서비스의 양적 질적 확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조세부담을 줄이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과 조세부담이 다소
커지더라도 공공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각각 일장일단이 있으나 우리의
상황은 후자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문제는 세금내고 돈을 쏟아붓는데 비해
교육 환경 복지 보건등의 공공서비스는 어느것 하나 만족스러운 것이
없다는 점이다.
둘째는 세수확대에 따른 조세부담이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실명제에 따른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토초세위헌결정에 따른
과세범위축소와 세율인하등으로 조세부담이 달라지고 있으며 이에따라
대규모 자금이동이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일률적인 조세부담률상승보다도
어느 세목으로 얼마만큼의 조세부담이 늘어날지가 주목된다고 하겠다.
끝으로 흑자예산의 편성을 통해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는 좋으나 그 이전에 정책금융등을 이용한 준재정규모를 줄이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본다. 정책금융이 금융자율을 해치고 자금흐름을
왜곡하는 현실에서 흑자예산을 통한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은 탁상공론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